진주 실크등, 제주 진출 속도…“지역 홍보 첨병된다”
최장·최대 규모 실크등 터널 조성
특별전시 아닌 상업 판매 첫 사례
진주홍보관도 운영…지역 홍보도
올해 브라질 니테로이시에서 열린 ‘한국의 빛-진주 실크등’ 행사 모습. 전 세계 관람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주브라질 한국문화원 제공
브라질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 전시돼 큰 인기를 끌었던 ‘진주 실크등’이 이번에는 국내 관광산업의 중심지인 제주에 진출한다. 침체된 제조 산업의 한계에서 벗어나 문화산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셈인데, 지역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14일 진주 순실크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 (주)조새호 홀딩스와 실크등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업은 애월읍 애월리 한담해변 인근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데 핵심 공간을 ‘진주 실크등’으로 채울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한 실크등 물량은 2500개, 100m 길이 실크등 터널로 역대 최장, 최대 규모다. 앞서 브라질 니테로이시에서 열린 ‘한국의 빛-진주 실크등’ 행사에 1200개 실크등이 달렸는데 당시의 2배가 넘는다.
특히 애월은 제주도 내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관광지로 알려졌다. 전 세계 관광객들이 모이는 제주도의 푸른 밤을 진주 실크등이 밝히게 된 셈이다.
현재 실크등 제작에 들어간 상태로, 빠르면 10월께 제주도 실크등 터널이 개장한다. 해당 기업은 실크등 터널을 조성한 뒤 주간에는 전시회, 야간에는 파티 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20~30대 여행객, 특히 젊은 층을 공략해 새로운 ‘관광 명소’를 만든다는 생각이다.
제주 애월읍 애월리 한담해변 인근에 들어설 복합문화공간 조감도. 터널에 진주 실크등이 전시된다. 순실크 제공
이번 진주 실크등 계약은 지역으로서도 적잖은 의미를 가진다. 진주 실크산업은 한때 세계 5대 주산지에 들 정도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1980~90년대 들어 다른 섬유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점차 실크의 활용이 줄었고 극심한 침체기를 맞았다. 이에 진주시가 지원에 나서 실크등 제작에 성공했고, 지난 2020년 진주남강유등축제에 처음으로 전시됐다.
실크등은 지역 전시에만 그치지 않았다. 기존 유등에 비해 아름답고 색감이 은은해 동양적인 미를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2021년 경복궁 궁중문화 축전, 2022년 킨텍스 지역문화 박람회, 2023년 지방시대 박람회 등에 잇따라 초청됐다. 또 지난해와 올해에는 브라질에서 실크등 전시회를 열어 세계적인 관심을 끌기도 했다.
실크등의 이번 제주 진출은 지난 5년 동안의 결실이다. 특별 전시가 아닌 상업적으로 기업에 판매되는 첫 사례다. 특히 해당 기업은 진주 실크등과 함께 진주홍보관을 함께 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될 위기에 처했던 진주 실크산업이 이제 지역 홍보의 첨병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박태현 진주 순실크 대표는 “실크는 단순한 섬유가 아니라 오랜 세월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하나의 문화다. 실크등이 문화상품으로 발전해 전국 곳곳에 전시되면 실크산업은 물론, 지역과 국가를 홍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제주는 그 중요한 전환점이다. 실크등이 단순한 실크제품이 아닌 진주시와 실크산업의 아이콘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크등 터널 모습. 10월 초 제주에서 역대 최장·최대 규모의 실크등 터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순실크 제공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