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급증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경각심·엄벌 필요하다
수사 기법 고도화·전문 인력 양성 시급
빅테크·SNS·포털 자발적 규제 나서야
부산시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이젠센터.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해 타인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과 합성하는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가 확대되고 있다. 딥페이크는 AI 기술로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 영상 또는 오디오 콘텐츠다. 1~2장의 프로필 사진으로 머리카락 움직임까지 표현하고, 목소리 톤까지 입혀져 ‘진짜 같은 가짜’ 동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합성·편집 등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는 올해 상반기에만 부산에서 29건이 발생해 지난해 전체보다 6배나 증가했다. 부산 일선 학교에서도 딥페이크 사건이 올 상반기에 15건이나 발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12건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청소년들이 AI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데다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여성과 어린이를 잠재적 범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자들은 자신이 등장하는 딥페이크 이미지를 목격할 때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가짜이지만,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공포심으로 일상생활이 흔들리는 고통을 겪는다. 더 큰 문제는 딥페이크 이미지나 동영상은 완벽한 삭제가 불가능해 ‘끝나지 않는 피해’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성매매 홍보를 하는 듯한 선정적인 문구와 개인 전화번호가 마구 유포되면서 실제로 성매매 전화까지 받으면, 피해자들은 형용할 수 없는 2차 피해를 입는다. 결국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이 심각해지면서 회사까지 퇴직하는 등 정상적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우리 사회가 ‘딥페이크 쓰나미’를 한층 심각하게 인식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AI 기술의 발달로 누구라도 눈 깜짝할 사이 딥페이크 성범죄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적발이 쉽지 않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탓이다. 일선 학교부터 딥페이크가 개인과 사회를 망가뜨리는 반인륜적 범죄인 점과 그에 따른 엄중한 형사적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시급하다.
사법당국도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제작·유포하는 행위를 강력 범죄로 규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신속하고 끈질긴 수사로 응분의 죗값을 물어야 마땅하다. 시시각각 진화하는 딥페이크 범죄 기술에 대응해 수사 기법을 고도화하고 전문 인력도 양성해야 할 것이다. 국회 입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빅테크 기업과 SNS 플랫폼, 포털 업체들도 자발적으로 딥페이크 성범죄 콘텐츠를 걸러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수많은 피해자에 엄청난 고통을 안길 수 있는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