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후쿠오카 퀸비틀호 누수 결함에도 운항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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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 대표가 수개월간 누수 조직적 은폐
선박 검수·처벌 등 정보 한국과 공유해야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고속 여객선 퀸비틀호의 운영사인 일본 JR큐슈고속선 사장이 선박 누수 사실을 올 2월께 알고도 이를 은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는 퀸비틀호. 부산일보DB 부산~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고속 여객선 퀸비틀호의 운영사인 일본 JR큐슈고속선 사장이 선박 누수 사실을 올 2월께 알고도 이를 은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로 들어오는 퀸비틀호. 부산일보DB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를 오가는 고속 여객선 퀸비틀호의 운영사인 일본 JR큐슈고속선 사장이 선박 누수 사실을 올 2월께 알고도 이를 은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13일 운항이 중단될 때까지 수개월간 누수에도 불구하고 운항을 강행한 책임도 작지 않은데 회사 대표가 이를 조직적으로 숨길 것을 지시까지 했다고 하니 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런 위험천만한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 그동안 안전 관리 분야에서 일본을 선진국이라고 여겨온 선입견이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퀸비틀호 모 회사인 JR큐슈가 13일 여객선 사장을 교체했다지만 그렇게 끝낼 사안이 아니다. 수많은 목숨이 걸린 일이다.

모 회사인 JR큐슈가 퀸비틀호 운영사인 JR큐슈고속선을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충격적이다 못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여객선에서 뱃머리 균열로 누수가 확인된 때는 올해 2월. 하지만 운영사는 필요한 임시 검사는커녕 이를 감독기관인 국토교통성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운영사 사장은 수개월간 침수량 등 데이터 조작, 허위 기록부 작성으로 누수 사실을 은폐하도록 지시했다. 누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운항을 강행한 퀸비틀호는 올해 5월 30일엔 운항 중 바닷물 유입 경보가 발령돼 승객들을 오싹하게 했다. 당시 배에는 승객 등 340명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대형 참사가 떠오르는 가슴 철렁한 장면이었다.

특히 퀸비틀호는 2022년 11월 운항 이후 부산과 후쿠오카를 잇는 대표적인 해상 운송 수단으로 한일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최대 정원 502명의 대형 선박으로 항공기와 달리 선내 이동이 자유롭고 바다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는 데다 최근에는 엔저 영향으로 한국 이용객이 급증하면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런데 퀸비틀호의 누수 시기는 한국인의 일본 여행 급증 기간과 거의 겹친다. 혹여 사고가 났다면 우리 국민들의 희생이 더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본 당국의 감사와 모회사의 조사로 여객선사의 파렴치한 행동이 드러나긴 했지만 우리 국민들의 생명이 걸린 이상 절대 일본만의 일이 아니다.

대형 참사도 가능한 선박 누수 사실을 은폐한 퀸비틀호 경영진의 책임은 엄중히 물어야 한다. 또 퀸비틀호 선박 전체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될 때까지 운항을 재개해서는 안 된다. 아마 일본 당국도 이를 충분히 알고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과 꼼꼼한 선박 검수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퀸비틀호의 선박 검수 등 모든 정보는 일반 공개와 함께 우리나라 해운 당국과도 반드시 공유돼야 한다. 여객선 이용객 중 상당수가 우리 국민임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조처다. 필요하다면 우리 관계자를 직접 파견해 선박 상황을 파악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이 이번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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