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경축식 파행 속출… 빛바랜 광복절
광복회 부산지부장 기념사 도중
보훈단체 인사들 고성 항의 퇴장
강원도선 광복회 측이 자리 떠나
KBS ‘나비부인’ 송출 항의 빗발
오토바이 폭주 예고에 경찰 긴장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 속에 전국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행사가 소동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부산에서는 백기환 광복회 부산지부장의 기념사 도중 보훈단체 인사들이 항의하며 퇴장했고, 강원도에서는 김진태 지사 경축사 내용을 들은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이 행사장을 떠났다.
국민 통합이 아닌 분열과 사고로 얼룩진 광복절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오전 10시 동구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부산시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항의·퇴장 소동이 벌어졌다. 백 부산지부장이 이용찬 광복회장 기념사를 대독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독립기념관장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발언하자 맨 앞줄에 앉은 보훈단체 인사 10여 명이 항의 차원에서 자리를 떴다.
대극장 밖에서는 고성도 오갔다. 소동으로 50여 명이 행사장을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기념사 이후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고엽제전우회, 재향군인회 등 다양한 단체 관계자 자리가 빈 채로 남겨졌다. 한 행사 참가자는 “백 지부장이 ‘김형석 관장은 말을 왜 그렇게 하느냐’ 등의 발언을 하자 보훈단체 인사들이 반발했다”고 전했다.
강원도 경축식에서는 김문덕 광복회 강원도지부장이 김진태 지사 경축사 내용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이날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김 지사는 “건국일을 가지고 이렇게 싸우는 나라가 세상에 또 어디 있느냐”며 “이들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발언 등에 항의를 하며 행사장을 떠났다.
정부 공식 경축식은 예고대로 두 쪽 난 채 진행됐다. 정부는 세종문화회관에서, 광복회 등 독립운동 단체들은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각각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절 경축식이 두 개로 쪼개진 일은 사상 처음이다.
부적절한 방송도 논란이 됐다. KBS는 이날 일본을 배경을 한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해 부적절하단 비판이 쏟아졌다. KBS는 이날 0시 첫 방송으로 이 오페라를 방송했다. 나비부인에는 등장인물들이 기모노를 입고, 일본식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선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흘러나온다.
KBS 홈페이지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나비부인 편성을 지적하는 청원이 올라와 이날 오후 1시 기준 1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의했다.
KBS는 잘못된 태극기를 송출해 논란도 샀다. KBS1TV는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날씨 예보를 하면서 건곤감리 위치가 잘못된 태극기를 내보냈고, 시청자 항의가 잇따랐다. 잇따른 논란에 KBS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시청자들께 우려와 실망을 끼친 점에 사과드린다”면서 “(나비부인은) 당초 7월 말 방송 예정이었다가 올림픽 중계 때문에 뒤로 밀려 광복절 새벽에 방송됐다”고 밝혔다.
이날 광복절 폭주 집회가 예고되면서 전국 경찰이 폭주족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SNS에 ‘따릉이폭주연맹’(따폭연)을 따라잡겠다며 광복절 폭주 집회를 예고한 게시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는 8·15 광복절을 앞두고 이륜차 등 폭주 행위를 막기 위해 기동대 등 경력 300여 명을 동원해 단속 활동을 펼쳤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