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죽음 시작됐다” 끓는 바다, 애끓는 양식어민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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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앞바다 고수온 경보 발령
양식장 비상 조치에도 잇단 폐사
모든 어종 폐사 한계 이미 넘어

연안 수온이 28도를 넘어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 산양읍 달아마을 인근 해상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 2500마리가 폐사했다. 독자 제공 연안 수온이 28도를 넘어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 산양읍 달아마을 인근 해상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 2500마리가 폐사했다. 독자 제공

“작년에 그렇게 고생시켰으니, 올해는 제발 무사히 지나가 주기 바랐는데...”

지난 16일 오후 경남권 최대 양식어류 산지인 통영시 산양읍 앞바다. 해상 가두리 양식장 한쪽에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물 위를 둥둥 떠다닌다. 줄잡아 수십 마리. 대부분 어른 손바닥만 한 크기다. 1년 넘게 애지중지 키워온 놈들인데, 요 며칠 바닷물 온도가 30도를 넘나드는 고수온이 계속되자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폐사해 버렸다. 어떻게든 살려보려 면역증강제를 먹이고 산소 발생기와 액화 산소 탱크를 24시간 가동하는 등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역부족. 죽은 놈들을 뜰채로 떠내던 어장주는 참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이틀 전부터 (수온이) 심상찮았다. 자정이 지나도 29도를 훌쩍 넘길 정도로 도무지 식지를 않았다”며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놈들도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불볕더위에 바다도 달아오르면서 전남에 이어 경남 지역 어류양식장에서도 고수온에 의한 떼죽음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후유증이 큰 고수온 특성상 소량이라도 폐사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게되지만, 그렇다고 피해를 막을 마땅한 대책도 없어 어민들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서남해수어류양식수협에 따르면 통영 연안 수온이 28도를 넘어선 14일 이후 산양읍 달아마을 인근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조피볼락) 2500마리가 폐사했다. 마리당 400g 안팎인 중간어다. 인근의 또 다른 양식장에선 쥐치 폐사체 수백 마리를 건져냈다. 같은 기간 거제시 동부면 해역 양식장 5곳에서도 우럭 치어 11만 마리가 떼죽음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고수온 피해로 추정된다.

고수온으로 연안 수온이 28도를 넘어선 14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 산양읍 달아마을 인근 해상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 2500마리가 폐사했다. 독자 제공. 부산일보DB 고수온으로 연안 수온이 28도를 넘어선 14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 산양읍 달아마을 인근 해상에 있는 가두리 양식장에서 우럭 2500마리가 폐사했다. 독자 제공. 부산일보DB

통상 양식 어류는 바닷물 온도가 28도를 웃도는 고수온 환경에 2~3일 이상 노출되면 폐사한다. 특히 우럭처럼 찬물을 좋아하는 어종은 더 취약하다. 26도 이상만 돼도 생리기능이 떨어진다. 경남 앞바다에서 사육 중인 양식 어류 2억 900만 마리 중 절반이 넘는 1억 3000만여 마리가 우럭 등 한대성 어종이다. 참돔, 감성돔, 돌돔 같은 돔류는 난류성이라 제법 버티지만 이들 역시 30도를 웃도는 환경에선 속수무책이다.

통영시가 1~2시간 단위로 제공하는 관내 연안 수온 정보를 보면 최근 75개 관측지점 평균 수온은 밤낮을 가라지 않고 30도를 넘나들고 있다. 이미 모든 어종 폐사 한계를 넘어선 셈이다. 그동안 수온 상승을 억제하던 냉수대가 소멸한 탓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일단 폐사가 발생한 어장에 있는 어류는 운 좋게 살아남아도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3~4일 후 누적 폐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서남해수협 김성훈 조합장은 “한, 두 마리 보이면 끝이라고 봐야 한다. 하룻밤 새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만 마리씩 죽어 나간다”며 “돔류도 그나마 낫다는 거지, 산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어민들은 이번 주부터 폐사 신고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 주로 수심이 얕아 수온 변화가 큰 내만 양식장에 피해가 집중될 공산이 크다. 덩달아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주중 비 소식도 있지만, 폭염 기세는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바다도 마찬가지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은 16일 오후 2시를 기해 경남 앞바다 전체에 대한 고수온 특보를 최고 단계인 ‘경보’로 격상했다. 이대로는 자칫 작년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남에선 2012년 처음 고수온 피해(165만 마리)가 집계된 이후 2016년 704만 마리, 2017년 343만 마리, 2018년 686만 마리, 2021년 1042만 마리가 떼죽음했다. 지난해는 1500만 마리가 폐사해 최악의 해로 기록됐다.

수과원은 “지속된 폭염 영향으로 당분간 수온 상승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자체는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이 입식 된 해역에 대한 현장 지도를 강화하고 어민들도 양식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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