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갑잖은 열대야 신기록, 비 와도 기록 행진 못 막는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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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역대 1위 후 ‘현재진행형’
광복절 지나도 밤 최저 26도↑
남쪽 열대저압부 열기 전달돼
비 예보에도 당분간은 열대야
기상청 사상 첫 ‘폭염백서’ 준비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진 18일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 바닥분수(위)와 메타세쿼이아 숲길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진 18일 폭염에 지친 시민들이 부산 부산진구 송상현광장 바닥분수(위)와 메타세쿼이아 숲길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의 열대야가 24일째 이어져 열대야 최장 지속 기록을 또 깼다. 부산의 열대야 지속 일수는 지난 17일까지 24일째다. 역대 1위 기록을 지난 14일 갈아 치우고도 열대야가 계속돼, 올해 부산의 열대야 최장 지속 기록 경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시작한 부산 열대야는 17일까지 24일 동안 계속되고 있다. 지난 14일 부산의 열대야 지속 일수는 21일로 앞서 1위였던 2018년의 21일을 제치고 단독 1위 기록으로 올라섰다. 3위는 1994년의 21일이었다. 기록이 같더라도 공식 기상 기록은 최신 발생일을 우선한다.

열대야 지속 일수만 놓고 보면 ‘최악의 여름’으로 손꼽히는 1994년과 2018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광복절이 지나 더위가 꺾이기는커녕 오히려 열대야 기준이 되는 밤 최저기온은 26도 이상으로 더 높아졌다. 지난 3일 부산의 열대야 관측 기록이 27.9도(밤 최저기온)로 최고를 찍은 이후 한동안 25도대로 유지되다가 지난 14일은 26.5도, 15일 26. 3도, 16일 26.6도, 17일 26.1도로 26도 이상이 계속 유지되고 있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이 유지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광복절을 전후로 열대야 기준보다 1도 이상 계속 더웠다는 뜻이다. 부산만의 현상도 아니다. 서울은 31일째 열대야가 이어져 부산과 마찬가지로 열대야 역대 최장 지속 일수 1위를 찍었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풍을 유도하면서 지상에 남아있는 수증기 영향으로 밤에도 후텁지근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 우진규 통보관은 “앞서 열대야는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티베트 고기압, 대기 중하층에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 잡아 소위 ‘이중 고기압’의 영향이었다”면서 “현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2개로 분할돼 일부가 북쪽에 있고 이 고기압이 동풍을 유발해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반도 쪽으로 북상 중인 열대저기압의 영향으로 19일부터 비 예보가 있지만, 비가 와도 열대야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9~20일 부울경 지역에 30~80mm의 비가 예상된다.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성 비다. 고온다습한 남쪽 열대저압부의 열기가 한반도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겠다.

무더위와 열대야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기상청은 사상 처음으로 ‘폭염백서’를 내놓기로 했다. 국내에서 폭염 권위자로 꼽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이 폭염백서 주저자를 맡았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겪은 폭염 기록, 폭염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2018년 기록적인 폭염 이후 폭염은 2019년 재난안전법상 자연 재난으로 처음 포함됐다. 그동안 기상청은 장마, 태풍, 엘니뇨 등 기상 현상에 대해 백서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폭염을 주제로 백서를 내기는 처음이다. 폭염백서는 연내 발간 예정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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