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찔한 KTX 바퀴 탈선, 더는 발생치 않게 조치하라
18일 KTX 산천, 신경주역 가던 중 사고
인명 피해 없었지만 열차 승객 등 대혼란
올해 개통 20주년을 맞이한 고속철도 KTX에서 운행 도중 바퀴가 궤도를 이탈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오후 4시 38분께 서울발 부산행 KTX 산천 열차가 동대구역에서 신경주역을 향하던 중 바퀴 1개가 궤도를 이탈해 대구 수성구 고모역 부근에 정차했다. 사고 여파로 동대구역~부산역 구간 KTX 열차는 한 개 선로를 교대로 활용해야 했고, 다른 KTX 열차는 아예 일반선으로 우회 운행했다. 또 사고 열차의 승객들은 폭염 속에서 수 시간씩 대기하는 불편을 겪었다. 인근 부산역과 동대구역엔 대기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다행히 큰 부상자는 없었지만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하루였다.
KTX 열차는 이후 선로가 복구돼 19일 오전 5시 11분께부터 정상 운행됐고, 코레일은 승객 배상금과 요금 환불 방안을 내놨다. 겉으로는 어느 정도 초기 사고 수습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KTX 열차의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 훼손과 코레일의 미흡했던 대응은 두고두고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당시 열차에는 약 400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사고와 관련해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은 없었다. 달랑 3명뿐인 승무원들은 수많은 승객을 관리하기에는 힘에 부쳤다. 예약 승객들 역시 전혀 상황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열차 내는 물론 역사의 대기 승객, 예약자 모두에게 찜통더위 속 악몽의 시간이었다.
코레일 측은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바퀴 축 발열’을 지목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해 선로가 변형되면서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날씨를 생각하면 언뜻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고의 원인을 단순히 폭염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다. 특히 이번 KTX 산천은 국산 모델로 2008년 첫 출고된 이후 기술적 결함과 설계 미흡으로 인해 여러 번 사고가 있었다. 2022년 1월에도 부산역으로 가던 중 바퀴가 탈선하기도 했다. 당시 교체 시기도 되지 않았는데 바퀴가 깨졌다고 한다. 꼭 폭염만이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KTX 산천 전반에 걸친 철저한 안전 점검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코레일은 이미 수차례 지적된 설계상의 오류부터 부품의 내구성 등 모든 부문을 망라해 확실하게 승객들의 불안감을 씻어내야 한다. 개통 20주년을 맞아 KTX의 성과를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결코 승객의 안전과는 비할 바가 아니다. 아울러 비상 상황을 맞았을 때 열차 내 승객을 포함해 역사의 대기 승객, 예약자들까지 정보 공유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매뉴얼의 보완·정비도 시급해 보인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한 사고 재발 방지를 굳게 약속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말보다는 실천으로 입증돼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