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처 데이터 ‘제각각’… 구인도 구직도 미로 찾기 [구심점 잃은 신중년 고용]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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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업무협력·연속성 실종

고용부·복지부·여성부·기업부 등
고용 관련 정보공유 제대로 안 돼
관할 사업 지자체 파악에도 한계
일선 중소기업은 심각한 구인난
희망 급여 미스매치도 심각해져
기관별 특징 살린 네트워크 절실

부산의 고령자 고용 컨트롤타워 부재로 이른바 ‘신중년(50~64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19일 부산일자리종합센터에서 한 중년 구직자가 구직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의 고령자 고용 컨트롤타워 부재로 이른바 ‘신중년(50~64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19일 부산일자리종합센터에서 한 중년 구직자가 구직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곳곳에 신중년(50~64세) 지원 기관이 있지만 부처 간 높은 장벽으로 각 부처 산하 기관들 간 업무 협력은커녕 데이터 공유마저 어려워 고용 확대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기관별 장점을 살려 업무 중복을 막고 신중년을 고용하고자 하는 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하는 한편 노인 세대와 전혀 다른 신중년이 필요로 하는 재교육과 재취업, 사회공헌활동 등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선 기관별 장점을 살리고 업무 중복을 막는 구심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창업 등 사각지대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중소기업벤처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가 신중년 일자리 창출, 생애 재설계 등에 관여한다.

하지만 업무 협력과 정보 공유는 활발하지 못하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고용24(워크넷)가 대표적이다.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워크넷에 접근할 수 있는 기관이 한정되다보니 워크넷의 자료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관들은 유사한 업무를 새롭게 해야 하는 처지다.

장노년일자리지원센터의 경우 부산시노인일자리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구인·구직 현황을 구축하는데, 매년 사업 규모에 따라 통계치가 달라지다보니 부산 신중년의 현황을 파악하는 중요 지표로서 역할을 못하는 실정이다. 시 차원의 신중년 일자리 정책도 디지털경제실 산하 일자리노동과와 사회복지국 산하 노인복지과로 이원화돼 있다.

노인생활과학연구소 한동희 소장은 “신중년 지원을 놓고 부처별로 대책을 내놓다보니 종합적인 접근이 어렵다”며 “부산에 있는 다양한 신중년 지원기관은 물론 시에서 추진 중인 하하센터나 15분 도시 역시 해당 부서에 따라 타깃 연령층이 달라져 시너지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일부 사업은 중앙 부처에서 직접 관할하면서 지자체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고령자친화기업이 대표적이다. 고령자친화기업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다시 근로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고령자를 상시근로자로 고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으로, 인증형과 창업형으로 나뉜다.

부산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5곳이 지정됐지만 지난해의 경우 한 곳도 들어가지 못했다. 고령자 친화 환경을 위한 투자비와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어 조건에 맞는 기업들이 적극 도전해볼 수 있지만 상당수는 해당 사업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부산노동권익센터 김희경 정책연구부장은 지난달 25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부산신중년 노동 실태와 성공적인 사회활동 지원 방안’ 세미나에서 “구직활동 지원 서비스는 창구의 일원화가 중요한데 기관마다 서로 연계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소속과 지원 체계가 달라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쓸만한 사람은 100명 중 1명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직을 원하는 신중년의 어려움이 커진다. 노년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은퇴 후 삶을 계획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것이다. 신중년을 근로자로 활용하려는 중소기업 역시 애로가 커지지만 해결책 모색은 요원하다.

부산 사상공업단지에 있는 금속가구 제조업체인 A기업은 고령자 고용을 위해 워크넷에 구인광고를 냈다. 지원자 수가 100여 명에 달했지만 정작 채용 인원은 1명에 그쳤다. A기업 대표는 “청년 인력을 채용하기 힘든 상황에서 포장 등 단순노무직은 외국인 근로자로 어느 정도 보충이 가능하다”며 “부산에서 사출 작업 등을 해본 숙련공 고령자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호소했다.

어렵게 고령자를 뽑아도 임금 미스매치가 큰 걸림돌이다. 실제로 부산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실시한 ‘부산지역 고령자 고용 실태 및 활성화 방안 조사’ 결과 고령자 희망 임금의 직무별 전체 평균은 월 368만 원인데 반해, 실지급액은 월 296만 원으로 격차가 72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B 대표는 “영세 기업 입장에서는 고령자들의 임금을 직전 직장 수준으로 책정하기 부담스럽다”며 “기업 입장에선 구직자와 임금 눈높이 차를 줄이는 정책이 시급한데 어디다 건의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고령자를 고용한 기업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안전사고’다. 고령자들은 젊은 사람들에 비해 인지능력이나 육체적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공장 등 현장에서 의도치 않은 사고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에서 조선기자재업체를 운영하는 C 대표는 “노하우를 가진 고령 근로자들을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싶지만, 전문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현장에 투입된 고령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이들과 소통하는 것이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시는 2021년 신중년 일자리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허브 구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50+복합지원센터는 오는 10월 착공에 들어가지만 운영 방식 등과 관련한 세부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부산경총 중장년내일센터 김덕중 센터장은 “각 기관별 특징을 살리면서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심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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