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7분 연착’ 부른 KTX 이탈 사고, 원인은 바퀴 축 발열?
18일 대구 인근 부산행 열차 탈선
폭염 선로 변형·정비 소홀 가능성
153개 열차 지연 운행 승객 불편
지난 18일 오후 4시 38분께 KTX 046 열차가 동대구역~신경주역 간 운행 중 궤도를 이탈하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열차 운행 지연으로 부산역 대합실이 승객들로 크게 붐비는 등 혼란을 겪었다. 박민혁 독자 제공
부산을 오가는 고속철도에서 운행 도중 바퀴가 선로를 이탈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8일 부산행 KTX에서 바퀴가 이탈한 사고는 ‘바퀴 축 발열과 손상’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과거처럼 폭염 여파로 선로가 변형되거나 정비가 미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4시 38분 경부선을 달리던 부산행 KTX-산천 열차에서 바퀴 1개가 궤도를 이탈했다. 동대구역에서 경주역으로 향하던 구간에서 기장이 이상 반응을 감지했고, 열차 하부에 연기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 384명은 오후 6시 8분 다른 열차로 환승을 마쳤다.
국토교통부는 ‘바퀴 축 발열’을 사고 원인으로 추정하고, 관련 기관들이 합동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코레일 관계자는 “폭염이나 정비 문제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한 대학교 철도 관련 학과 교수는 “사고 기록 장치 등에 남은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명확한 원인을 밝힐 수 있다”며 “바퀴 축 발열이 원인이라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채 선로 온도가 올라간 이유와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됐는지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승객을 태운 고속철도에서 바퀴가 이탈한 사고는 2년 만에 반복됐다. 2022년 7월엔 부산에서 출발한 SRT가 대전조차장을 지나던 중 바퀴가 선로에서 빠지면서 11명이 다쳤다. 당시 폭염으로 선로가 옆으로 부풀어 오르는 변형이 있었던 조사 결과가 이듬해 발표됐는데, 사고 전 해당 선로를 18회 검측해 14번이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도 코레일이 보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해 1월에는 대전을 지난 부산행 KTX-산천 열차가 바퀴 파손으로 탈선하기도 했다. 당시 사고 열차는 주행 거리가 45만km를 넘었지만, 정비 기준이 넘어도 바퀴에 초음파 검사 등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8일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상행선과 하행선 모두 연쇄적인 지연 피해가 컸다. 선로에 멈춘 열차 안에서 3시간 넘게 기다린 승객들도 있었다. 오후 4시 16분 부산에서 KTX를 탄 박 모(36) 씨는 “경주까지 30여 분을 달려 도착했는데 그 자리에서 3시간 30분을 기다릴 줄 몰랐다”며 “광명역 도착 후 버스 시간이 애매해 택시를 타러 뛰어가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에서 휴가를 보내고 출근을 준비하려 일찍 열차를 탔는데 피로만 더 쌓였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부산역은 이날 오후 8~10시께 열차를 기다리는 인파로 빼곡했다. 출발 시간을 예상하기 어려워 대합실 바닥뿐 아니라 역사 주변에 자리 잡은 승객도 많았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KTX와 SRT 153개 열차가 20분에서 277분까지 운행이 지연됐다. 코레일은 2시간 이상 지연 열차 푯값을 전액 환불하고, 새벽 시간 택시비를 지급하는 보상안을 19일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