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운동장에 아파트 고집하던 부산시 “시민 뜻 따르겠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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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발에 재개발 계획 물러서
국토부 공모 선정 안 되면 재논의
선정 되더라도 내용 변경하기로
1000명 설문 조사로 여론도 수렴

20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부산 지역 시민단체가 구덕운동장 아파트 개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일 오전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부산 지역 시민단체가 구덕운동장 아파트 개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시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시민 여론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구덕운동장 부지에 축구 전용 구장을 건립하기 위해 아파트를 짓는 내용이 포함돼 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됐고, 재개발 사업에 ‘찬성’ 입장이었던 공한수 서구청장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시가 여론의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20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공모 발표가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있을 예정인데, 선정이 되든 안 되든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며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자체를 철회하는 것은 아니고 주민 의견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는 예산 확보와 사업성을 이유로 구덕운동장 부지에 축구 전용 경기장을 짓기 위해 일부 부지에 4개 동 49층 850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공공기금 출자와 융자금을 활용해 개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민 반발이 커지고 지역 정치권에서도 반대 의사를 잇달아 나타내자 4개 동 36층 600세대로 규모를 조정했다. 시는 이달 초 조정한 아파트 규모를 반영한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안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 사업에 지원했다.

시는 국토부 공모에 선정될 경우 주민 여론에 따라 사업 내용을 수정하거나, 공모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여론을 반영한 내용으로 하반기 국토부 공모에 다시 도전하는 등 상황에 맞춰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인 19일 공한수 서구청장은 그동안의 입장을 깨고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 표명했다. 공 청장은 “찬성하는 것은 구덕운동장 재개발이지 아파트 건립이 아니었다”며 “부산시에서도 현재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방식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에는 서구를 지역구로 둔 곽규택 국회의원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구 주민들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는 지난 13일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 공 청장을 상대로 한 주민소환 투표 청구를 신청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구덕운동장을 탈바꿈시켜 6대 광역시 중 유일하게 부산에만 없는 축구 전용 구장과 주민을 위한 공공 스포츠 시설, 문화복합공간을 조성해 침체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이 사업을 추진해 왔다”면서 “하지만 보다 나은 사업 추진을 위해 서구 주민을 비롯한 시민과 직접 소통해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 의견을 반영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부산시의 발표에도 시민사회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구덕운동장 아파트 건립 반대 주민협의회와 부산참여연대 등 70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올해 초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7%가 아파트 건설을 반대했지만, 부산시는 전용 축구경기장 건립을 명분으로 아파트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가 아파트를 짓는 계획을 완전히 철회할 때까지 끝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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