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운동장 아파트 물러서긴 했지만…” 속 끓이는 부산시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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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강력 요구로 재개발 추진
주민 압박에 서구청장 입장 선회
정부 공모도 재정 투입도 난감해

아파트를 포함한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논란이 된 구덕운동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아파트를 포함한 재개발 사업 추진으로 논란이 된 구덕운동장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애초 부산 서구청과 전 지역 국회의원의 강력한 요청으로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는데, 공한수 서구청장이 사업 찬성에서 반대로 입장을 바꾸면서 부산시가 원흉처럼 돼버렸기 때문이다. 또 축구 전용 구장 건립보다 아파트 건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시가 ‘프레임에 갇혔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앞서 밝힌 대로 설문조사를 통한 부산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구덕운동장 재개발 진행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부산시는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추진 의지가 강했는데,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물러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구덕운동장 안전 진단 결과 C 등급을 받은 만큼, 시는 구덕운동장을 축구 전용 구장으로 탈바꿈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은 안병길 전 국회의원과 공한수 서구청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 설명이다.

하지만 시 재정사업으로 추진하기에는 재원 마련이 어려워 국토교통부 도시재생혁신지구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인천도시공사 주도로 아파트를 포함한 축구전용경기장, 문화시설을 개발한 인천 숭의아레나파크 사례 등을 참고해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안이 나왔다.

후폭풍은 컸다. 축구 전용 구장을 짓기 위해 일부 부지에 4개 동 49층 850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립안이 나오면서 주민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졌다. 총사업비는 7990억 원으로 책정했다. 시는 민간 개발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공공기금을 출자하고 융자금을 활용해 개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서구 주민을 중심으로 한 반발은 커져 갔다.

결국 시는 4개 동 36층 600세대로 아파트 규모를 축소해 국토부에 공모를 신청했다. 하지만 부산시의회, 현재 서구를 지역구로 둔 곽규택 국회의원이 반대하는 데다, 애초 현재의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 방식에 찬성하고 밀어붙이던 공한수 서구청장이 지난 19일 반대 입장문을 내면서 시가 현재 안을 밀어붙일 동력을 잃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재 시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 시민 의견 수렴 결과 반대 입장이 크다면 지금의 방식으로 구덕운동장 재개발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서구청의 강력한 요청으로 시작했고 6대 광역시 중 부산만 유일하게 축구 전용 경기장이 없어 추진하게 된 사업인데 서구청장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면서 시만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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