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 품귀에 환자 가족 ‘약국 뺑뺑이’
이번 주 확진자 정점 찍을 전망
“재고 있다” 보건소 안내한 약국
20곳 중 11곳만 치료제 보유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예고 ‘비상’
코로나19 재유행, 치료제 공급 계속. 연합뉴스
“가족이 코로나19 진단을 받아서 벌써 약국을 네 군데 돌았는데 약이 없어요. 감기처럼 지나가길 바랄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27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약국을 나오던 박 모(70)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이곳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그가 찾은 4번째 약국이었다. 결국 박 씨는 “더는 못 하겠다”며 치료제 찾기를 포기했다.
이번 주 코로나19 확진자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장에서는 치료제 품귀 현상으로 환자들의 불만과 두려움이 터져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의료대란이 길어지며 환자를 돌볼 의료진마저 부족해 코로나19 재유행에 직면한 시민 불안이 커진다.
이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220개 의료기관 코로나 표본 감시 입원 환자 수는 7월 3주 차 226명에서 이달 1주 차 880명, 2주 차 1366명, 3주 차 144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한 달 사이 7배가량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폭증한 것이다. 해당 수치는 표본 감시기관 220곳 조사 결과만 종합한 것으로, 실제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하면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해 ‘약국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부산진구 약국 10곳을 둘러본 결과 코로나19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단 2곳뿐이었다. 부산진구 한 약국에서는 “더 이상 치료제를 공급받고 있지 않다. 옆 약국으로 가라”고 안내했으나 안내한 약국에도 코로나19 치료제 재고는 없었다.
지자체가 공식적으로 치료제 공급 약국으로 안내한 곳도 재고를 충분히 갖춘 곳은 드물었다. 부산진구 보건소 홈페이지에서 공지한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공급약국’ 20곳 중 11곳만이 치료제인 팍스로비드와 라게브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미국 MSD의 라게브리오가 있다. 환자 특성에 맞게 처방이 되는데 팍스로비드는 60세 이상이거나 12세 이상 면역저하자 또는 기저질환자에게 쓰인다. 라게브리오는 18세 이상의 면역저하자나 기저질환자가 처방 대상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한 가지 약만 갖춘 경우가 대부분으로, 두 약을 모두 갖췄다고 답한 약국 11곳 중 4곳에서도 재고량이 3개 내외로 적어 “빨리 와야 처방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치료제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며 뒤늦게 방역당국은 이번 주 중 코로나19 치료제 17만 7000명분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부산진구 한 약국의 최 모(43) 약사는 “치료제가 풀려도 실제 현장에 배부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아직은 재고량이 넉넉하게 들어오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고위험군에 속하는 노년층과 기저질환자는 제때 약이 처방되지 않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이날 마스크를 낀 채 약국을 찾은 시민 방현성(77) 씨는 “감기인가 싶었는데 코로나 진단을 받았다. 처방전을 받고 지금 약국을 돌고 있는데, 치료제를 판다는 곳이 없어 난감하다”며 “홈페이지에 공지해 놨다는데 나 같이 나이 든 사람은 일일이 검색해서 확인할 수도 없다”고 호소했다.
치료제 공급이 정상화돼도 숙제는 남아있다. 의료대란이 6개월을 넘기며 일선 의료 현장의 턱없이 부족한 인력 탓에 응급상황이 닥쳐도 치료할 의사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이 포함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오는 29일부터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의료 현장 혼란은 더욱 가중될 예정이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