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로컬리티의 유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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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파니 청 '대이주 역사의 재구성'

티파니 청 '대이주 역사의 재구성'. 티파니 청 '대이주 역사의 재구성'.

티파니 청은 베트남 다낭에서 태어나 현재 호찌민과 미국 휴스턴을 기점으로 작업하고 있다. 티파니 청은 개인사와 갈등, 강제 이주에 대한 조사를 기반으로 로컬리티의 유동성을 자수 작품으로 보여준다.

티파니 청의 작품은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대영박물관, M+미술관, 싱가포르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내에는 부산현대미술관 전시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에 작품이 소개된 이후 부산현대미술관의 소장품으로 선정되었다.

티파니 청의 작품 ‘대이주 역사의 재구성: 베트남에서 떠난 배의 궤적과 난민 캠프에서 출발한 비행 경로, 그리고 합법출국계획(ODP)의 사례’는 짙은 푸른색 천 위에 자수로 공문서 기록과 개인 인터뷰를 통해 베트남 난민 이주의 범위를 파악해 이를 자수로 새긴 작품이다. 작가는 베트남 난민 규모와 범위를 나타내는 지도를 제작하기 위해 2년이 넘게 유엔난민기구(UNHCR) 제네바 본부에서 자료를 조사했다.

이 조사의 탐구 범위는 출국 프로그램를 통한 공식 이주 뿐만 아니라 선박을 이용한 비공식 이주를 포함하고 있다. 더불어 베트남 난민 문제를 담당한 정부 부처와 정부 기구 간 교신과 기록을 분석하고 코트디부아르, 세네갈 등지에 정착한 난민들을 인터뷰했다. 난민들의 증언은 불완전하고 파편적인 기록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는 자료가 되었다.

이에 따르면 많은 베트남인들이 아프리카,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 의외의 지역에도 정착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민간 수송기 항로와 승객 정원에 대한 역사를 조사한 내용을 엮어 베트남 난민들을 수송한 ODP 항공기들의 궤적을 그릴 수 있었다. 또한 린다 히치콕스의 책 〈동남아시아 수용소의 베트남 난민들〉(London: Palgrave Macmillan, 1990)에 실린 표와 작가가 조사한 내용을 더해 보트 피플의 탈출 경로를 완성했다. 광범위하게 조사한 자료를 종합하여 연관성을 밝힐 뿐만 아니라 그 공백 사이를 메꾸어 난민들의 경로를 도해로 만들었다.

티파니 청의 예술 실천은 새로운 역사 쓰기의 하나로, 사회구조에 배제되거나 중심과 공적 영역에서 배제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하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태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양상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한 다각도의 해석이 필요함을 제공한다.

한편, 티파니 청은 미국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워싱턴과 댈러스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했으며 단체 기획전으로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영국 대영박물관,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에도 출품한 바 있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 샤르자 비엔날레, 시드니 비엔날레 등 세계적인 유수 비엔날레에 참여하였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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