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문제 없다” 잘랐지만…당정 파열음은 계속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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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29일에도 의대 증원 1년 유예안 ‘실효적 대안’ 거듭 언급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대통령실에 “응급실 현장 다녀보라” 직격
양측 ‘갈등’ 부인에도 만찬 취소 등서 ‘소통 부재’ 여실히 드러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장동혁 의원(왼쪽)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장동혁 의원(왼쪽)이 29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의료 개혁’을 둘러싼 당정 갈등설을 일축했지만, 의대 증원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은 여전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금 시작해도 늦다”며 의대 증원을 예정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한동훈 대표는 자신의 ‘1년 유예’ 방안을 ‘실효적 대안’으로 거듭 제시했다. 응급 의료 현장에 대한 양측의 시각 차도 노출됐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의료 개혁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면서도 “다만 그 추진 과정에서 국민의 걱정과 불안감도 잘 듣고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개혁의 명분에도 현실에서 의료 붕괴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진 만큼 이를 불식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거듭 드러낸 것이다. 한 대표는 응급 의료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고 있다는 정부 인식에 대해서도 “저는 국민 여론과 민심을 다양하게 들어본 결과 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대안(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을 제시한 것”이라고 정부가 거부한 증원 1년 유예를 재차 언급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당 의원 연찬회에서도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그때그때 반응하며 민심을 정부에 전하자”고 당부했다. 민심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강조하며 정부의 대응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한 대표의 측근인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응급실 대란 등 의료 현장에 큰 문제가 없다는 대통령실 입장과 관련, “시민사회수석,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응급실 현장을 쭉 다녀봤으면 좋겠다”며 “애타게 기다리는 환자들, 사망에 이르게 된 그런 분들, 현장에서 그런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직격했다.

당정 모두 의료 개혁을 둘러싼 이견을 ‘불협화음’으로 보는 시각을 차단하려 했지만, 이번 사안이 불거지는 와중에 양측의 소통 부재는 여실히 드러났다. 한 대표가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을 제시한 직후 대통령실은 30일로 예정했던 당 지도부와의 만찬 연기를 발표했는데, 한 대표는 그 때까지 “(만찬 취소에 대해)들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친윤(친윤석열)계에서는 한 대표의 증원 유예 요청을 정부가 거부한 사실이 곧바로 언론에 흘러나온 데 대해 “한 대표가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선 한 대표가 ‘의정 갈등 중재를 위해 노력했는데 대통령실이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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