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개혁 추진 당연하나 의정갈등 풀 노력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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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위기 인식 의료 현장과 괴리 커
아무리 옳은 정책도 국민 생명에 우선 안 돼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지역 종합병원 등의 비상진료 체제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날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과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의정갈등 장기화에 따라 의료현장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에 나름 반박한 것이다. 세간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전국적인 응급실 마비 사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때문에 생긴 게 아니고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 문제”라며 “원래부터 그랬다”고 일축했다. 전혀 잘못된 진단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윤 대통령의 이런 현실 인식은 국민들이 의료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는 위기감과는 괴리가 참으로 크다고 하겠다.

윤 대통령의 의료개혁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이날도 윤 대통령은 연금·교육·노동을 포함한 의료 분야 개혁을 언급하며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불거지는 여러 문제점과 각계의 비판에도 기존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거듭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서 윤 대통령이 평소 강조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떠올리게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을 때도 “정책 추진 방향은 옳았다”며 국정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좋게 보면 뚝심이라 하겠지만, 이런 태도는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민심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국민의 생명에 직결된 사안에서는 정당성을 얻기는 더욱 힘들다.

윤 대통령의 주장과는 달리 곳곳에서 의료 공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의료진 부족으로 문을 닫는 응급실이 잇따르고, 수술팀 해체로 위독한 환자의 수술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며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임신부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하는 일까지 최근 발생했다. 게다가 얼마 있지 않으면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추석 명절이다. 의료 현장에서 ‘9월 위기설’이 나오는 이유다. 바야흐로 의료 대란 조짐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지역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비명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의정갈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해결은 오리무중이라 국민들 사이에선 ‘지금은 아프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가히 공포라 할 정도인데,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지나치게 안이해 보인다. 윤 대통령 말대로 의료개혁은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 당위에 반대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의료계를 질타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러나 아무리 옳은 방향의 정책이라도 국민의 생명에 우선일 수는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도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말을 다시금 상기해 의정갈등 해소에 적극 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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