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딥페이크 범죄, 처벌 강화 ‘맞불’
당정, 국회서 긴급 현안 보고 진행
형량 상향 추진·촉법 기준 검토
텔레그램 측과 규제 핫라인 구축
올해 전국 교육청 196건 신고 접수
피해 학생·학부모도 처벌 등 촉구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정치권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된다. 부산시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 이젠센터 모습. 이재찬 기자 chan@
전국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합성 음란 영상물 제작·유포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대응이 발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딥페이크 제작·유포 가해자들에 대한 법적 형량을 강화하고, 텔레그램 등 딥페이크 합성물이 유통되는 주요 채널과의 핫라인을 확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당한 학생과 학부모는 가해자와의 분리 등 더욱 실질적이고 빠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9일 국회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부처 긴급 현안 보고를 진행했다. 당정은 입법적인 측면에서 현행 최대 징역 5년으로 정한 딥페이크 등을 악용한 허위 영상물 유포 등의 형량을 불법 촬영물과 마찬가지로 최대 징역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이 대거 유통되고 있는 텔레그램 측과 협의해 불법 정보 자율 규제를 위한 핫라인을 확보하기로 했다. 당정은 또 딥페이크 성범죄 가해자 중 상당수가 10대인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의 기준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는 것도 인간이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인간”이라며 “사회의 법과 제도 안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하는 사람들,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중에 촉법소년 연령인 사람도 많을 수밖에 없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입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무조정실은 30일부터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범정부 대응 전담팀(TF)도 운영하기로 했다.
AI 기술이 점차 보급되고 확산하면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음란물 범죄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지난 28일 교육부는 올 1월부터 지난 27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서 총 196건의 딥페이크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196건 중 179건을 수사 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피해 학생은 △초등학생 8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78명이다. 피해자 중에는 교사 10명(중학교 9명, 고등학교 1명)도 포함됐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29일 자체 집계한 ‘학교 안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고 건수는 총 2492건이며, 이 중 직간접 피해가 확인된 건수는 517건에 달한다.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는 전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9일 울산에서는 한 고등학교 여학생 2명이 자신들과 연관된 딥페이크 사진이 SNS에 유포됐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앞서 부산 해운대구 한 중학교에서도 중학생 4명이 학생 18명의 얼굴을 신체 이미지에 합성한 사진 80여 장을 SNS를 통해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27일 기준 부산 중학교 13곳, 고등학교 6곳에서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신고가 접수되는 등 딥페이크 범죄는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부산·울산 외에도 전남, 충남 등에서도 딥페이크 음란물로 인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현실적인 처벌을 촉구한다. 딥페이크 가해자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당한 부산 해운대구 한 중학교 학생의 학부모는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에 가담했던 가해 학생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의 징계 이후 피해 학생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며 “딥페이크 음란물로 인한 2차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학교와 사법 당국이 더욱 강력한 처벌과 단속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