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친할머니 살해한 20대 남매, 각각 징역15년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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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설 연휴 70대 할머니 살해한 혐의
법원 “동생을 정신적으로 지배해 살해 계획 강화”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지난 설 연휴 할머니를 때려 숨지게 한 남매(부산일보 2월 23일 자 10면 등 보도)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이동기)는 30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손자 A 씨와 20대 손녀 B 씨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각각 징역 24년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월 9일 부산에 있는 70대 친할머니 집에 설날 인사를 핑계로 찾아가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화장실 벽면에 여러 차례 내리치는 등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A 씨와 함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사고사로 위장해 없애 버리자”며 여러 차례 살인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판사는 “동생이 할머니를 죽이고 싶다고 말하자 누나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할머니를 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납 가루 중독, 곰팡이를 먹이는 방법을 말하고, 실제로 곰팡이를 배양하기도 했다”며 “자신을 믿고 의지하던 동생에게 정신적으로 살해 계획을 강화하고 사고사나 낙상사고 위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했다는 점에서 기능적으로 행위 지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 씨는 동생인 A 씨가 설 연휴 부산으로 내려가기 전 기차역에서 동생을 말렸다며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으나 재판부는 “한두 번 피고인을 말렸다고 해서 범죄실행이 단절되지 않았고, 평소 계속된 심리적 강화와 지배에 의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렀다”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A , B 씨에 대해 “두 피고인은 할머니가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고 경제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한다고 주장했지만, 사후 밝혀진 사정들을 비춰보면 할머니는 피고인들을 위해 착실하게 돈을 모으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에게 일부 주식도 증여하는 등 할머니가 피고인들의 생각만큼이나 그렇게 억압하고 경제적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설사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를 살해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친할머니는 2016년 2월 아들이 사망하자 지적장애 2급인 손자 A 씨의 생활 전반을 챙기며 장애인 연금과 월급, 기초생활수급자 급여 등을 관리해 왔다. 검찰은 A 씨는 이런 할머니의 돌봄을 지나친 간섭으로 여겼고, B 씨는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B 씨는 할머니가 사망하면 재산을 혼자서 관리할 수 있다며 A 씨를 부추겨 살해 방법 등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부터 줄곧 “친할머니로부터 폭행당해 방어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다”며 우발적인 단독 범행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이 피해자의 상처 부위와 현장 상황 등이 모순되는 점을 지적하자 결국 A 씨는 계획된 살인임을 실토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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