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 있는 관광객은 버스 못 탄다… 캐리어 반입 금지 묘수 없나?
지난해부터 안전사고 막기 위해
시내버스 20kg로 휴대품 제한
캐리어 소지 관광객 불편 민원에
적재 공간 둔 버스 시범 도입키로
부산시가 쾌적한 대중교통 환경을 만들고 승객 안전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시내버스에 대형 캐리어 반입을 금지한 이후로 국내외 관광객들이 부산 내 이동에 혼란을 겪고 있다. 대형 캐리어를 소지한 채 부산을 찾는 많은 관광객이 시내버스를 타고는 주요 관광지 등 부산 시내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시민들은 시내버스 노선이 산복도로 등 평탄하지 않은 곳을 경우하는 경우가 많은 부산 대중교통 특성상 승객 안전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반론도 펼친다.
1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시내버스에 승객 1인당 휴대할 수 있는 물품은 무게 20kg, 부피 50cm×40cm×20cm를 넘지 말아야 한다. 여행용 가방도 항공기 반입용인 20인치만 가능하다.
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러한 내용이 담긴 시내버스 운송약관 개정안 시행에 들어갔다. 시는 시내버스 주요 이용객인 시민 편의와 운행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굴곡진 도로가 많은 부산에서 고정이 안 된 캐리어가 움직이면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시내버스 운송 약관이 바뀐 지금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시내버스 캐리어 탑승 민원이 접수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내버스 운송 약관 시행 이후부터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문제가 불거졌다. 특히 부산역 등 부산 관문을 이용하는 관광객들은 캐리어를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시내버스 이용에 상당한 불편을 느낀다고 호소한다. 부산역을 기점으로 광안리해수욕장, 해운대 등 주요 관광지를 거쳐 가는 시티투어버스는 수송이 아닌 관광 목적이고, 탑승권 가격도 2만 원에 달해 시내버스 대체재로는 부적합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대형 캐리어 소지자의 시내버스 탑승 제한은 관광객에게는 불친절한 대중교통 정책으로 꼽힌다. 부산 관광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부산 동구 주민인 신 모(36) 씨는 “캐리어 때문에 승차를 거부당해 막막해하는 관광객을 자주 목격했다”며 “시민과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 모습을 자주 봐서 부산 이미지가 나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시는 시내버스는 시민이 우선이기에 캐리어 무게와 부피 제한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 캐리어 반입이 가능한 시내버스 시범 운영을 통해 향후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시는 올해 하반기 중 대형 캐리어 반입이 가능한 시내버스를 도입해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해국제공항과 부산역 등을 지나는 시내버스 10대 내외를 개조해 버스 일부 공간에 대형 캐리어를 보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주요 관광지를 거치는 시내버스에 캐리어를 보관할 장소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이런 시 결정은 시내버스 이용을 두고 관광객이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하지만 수화물 적재 공간을 별도로 둔 시내버스 운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부산역과 김해국제공항 등 관광객이 많이 탑승하는 곳과 해운대와 광안리해수욕장 등 인기 관광지를 거쳐 가는 시내버스 일부에 수화물 적재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며 “그러한 시내버스 인기나 수요가 확인되면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내버스 주요 이용객인 시민 중에는 대형 캐리어의 시내버스 반입 제한을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도 나온다. 수영구 주민 김 모(36) 씨는 “관광객을 위해 시내버스에 캐리어 반입을 허용하면 결국 시민이 피해를 본다”며 “관광도 중요하나 시민을 위하는 게 시내버스 본질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