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정호원 금메달…한국 10회 연속 우승 ‘위업’
호주 선수 꺾고 남자 개인전 정상
한국 선수단 3번째 금메달 주인공
최정만·정성준, 값진 은메달 수확
김황태, 센강 트라이애슬론 완주
금 3·은 7·동 8개로 종합 14위
2024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이 대회 세 번째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
보치아 간판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스포츠등급 BC3)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우승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건 장애인 사격 조정두(P1 남자 10m 공기권총 스포츠등급 SH1), 박진호(R1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스포츠등급 SH1)에 이어 세 번째다.
정호원의 우승으로 한국 보치아는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보치아는 1984 뉴욕-스토크맨더빌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고, 한국은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 기록을 세웠다.
보치아는 올림픽에서는 볼 수 없는 장애인 스포츠다.
선수들은 가로 6m, 세로 12.5m 크기의 경기장에서 6개의 빨간색 공과 6개의 파란색 공을 표적구에 던져 승부를 가른다. 각 엔드 종료 시점에서 상대보다 가깝게 던진 공 개수대로 1점씩 얻는다.
개인전과 페어 경기는 4엔드, 단체전 경기는 6엔드 점수를 합산해 승자와 패자를 가린다.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한 정호원은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이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세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는 패럴림픽에서만 금메달 4개와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처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2024 파리 패럴림픽까지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다.
정호원은 1986년, 홍현주 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정호원은 그해 큰 사고를 당했다.
홍 씨는 지하철역에서 매점 일을 했는데, 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정호원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 충격으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정호원은 패럴림픽 금메달을 딸 때마다 어머니 홍 씨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는 내가 부담을 느낄까 봐 최근 일부러 연락을 안 하셨다"며 "파리로 떠나기 전에 마음 편하게 하고 오라고 말씀하셨는데, 금메달을 갖고 돌아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날 정호원의 금메달에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추가했다. 이로써 금메달 3개, 은메달 7개, 동메달 8개를 수확한 한국은 현지시간 2일까지 종합 순위 14위를 달리고 있다.
보치아 남자 개인(스포츠등급 BC1)에 출전한 정성준(46·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은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성준은 결승에서 홍콩의 존 러웅에게 4엔드 합산 점수 1-4(0-2 0-1 0-1 1-0)로 석패했다.
효자종목 사격과 배드민턴에서도 메달이 나왔다.
김정남(46·BDH파라스)은 P3 혼성 25m 권총 스포츠등급 SH1 결선에서 24점을 기록해 동메달을 차지했다.
2017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정남은 파리에서 첫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이룬 뒤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배드민턴에선 최정만(45·대구도시개발공사)이 남자 단식(스포츠 등급 WH1) 결승에서 취쯔모(중국)에게 세트스코어 0-2(3-21 7-21)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어린 시절 운동선수를 꿈꿨던 최정만은 여의찮은 상황 때문에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우지 못했고, 고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하지마비 장애인이 돼 꿈이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재활 과정에서 배드민턴을 접한 뒤 운동선수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파리 대회는 최정만의 생애 첫 패럴림픽 무대다.
배드민턴 김정준(46·대구도시개발공사)은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WH2) 동메달 결정전에서 대표팀 후배 유수영(21·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꺾고 2-1(19-21 21-19 24-22)로 꺾었다.
2020 도쿄 패럴림픽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김정준은 세 번째 패럴림픽 메달을 수확했다.
'철인' 김황태(47·인천시장애인체육회)는 남자 트라이애슬론(스포츠등급 PTS3)에서 완주해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2000년 8월 전선 가설 작업을 하다가 고압선에 감전돼 양팔을 잃은 김황태는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노르딕 스키, 태권도 등 다양한 종목을 접했으나 부상 여파로 인해 번번이 꿈이 좌절됐다. 그러나 수영 750m, 사이클 20㎞, 육상 5㎞ 코스 합산 기록으로 최종 순위를 정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로 파리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두 팔이 없어서 PTS3 출전 선수 중 장애 정도가 가장 중한 김황태는 첫 종목인 수영에서 센강의 심한 유속과 싸우다가 최하위로 밀렸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0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내인 김진희 씨는 김황태의 핸들러(경기 보조인)로 이번 대회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