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들으러 미국서도 온다…부산 유일 ‘청음숍’ 아시나요
전문 사운드 라이프 콘셉트 ‘더사운드랩’
고급 이어폰·헤드폰 마음껏 청음 가능
해외 음향 애호가·英 마샬 본사도 반해
“손님들 편하게 듣도록…” 남다른 철학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 19세기 독일 시인 베르톨트 아우어바흐가 남긴 기막힌 명언이다. 영미권 속담 중에도 “음악은 불안한 마음의 약”이라는 표현이 있다.
마음을 치유하는 음악의 약효를 제대로 즐기려면 좋은 음향기기가 필요하다. 같은 ‘최애곡’이라도 값싼 이어폰보단 고급 헤드폰으로 복용할 때 치유 능력이 배가된다. 싸구려 이어폰에서 들리지 않던 소리가 비싼 이어폰에선 들리는 기적을 경험하고 나면 더 나은 음향기기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이 생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디오 마니아의 길로 빠진다.
문제는 음향기기의 가격이다. 흔히 말하는 ‘하이엔드’급 기기들의 가격표는 무시무시하다. 억대를 우습게 호가하는 스피커는 눈길도 주지 말자. 그나마 이어폰과 헤드폰이 타협점이다. 실제로 고급 이어폰과 헤드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늘고 있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어폰과 헤드폰에 수십만 원 정도 쓰면 음향 마니아 취급을 받았다. 요새는 출퇴근길에도 40만~50만 원을 훌쩍 넘는 소니 헤드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좋은 음향기기의 사운드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곳은 부족하다. 소니, 보스 등 비교적 대중적인 브랜드 제품이 아니면 들어볼 기회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부산에선 가능하다.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인근에 있는 ‘더사운드랩’은 부산 경남권에서 유일한 제대로 된 청음숍이다.
지난 3일 오후 찾아간 더사운드랩은 작지만 깔끔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양쪽 벽면에는 헤드폰과 이어폰이 수두룩하고, 앉아서 진득하게 청음해 볼 수 있는 테이블 세 개가 마련되어 있다.
직원에게 간단한 안내를 받고 본격적으로 매장을 둘러봤다. 소니, 젠하이저 등 인기 있는 브랜드는 물론 슈어, 바워스앤윌킨스(B&W), 포칼, 아스텔앤컨 등 음향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 법한 브랜드 제품들도 갖췄다. 뿐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브랜드가 널려 있고, 그런 브랜드의 이어폰이 수백만 원에 달한다. ‘음질 덕후’ 입장에선 그야말로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한국산 169만 원 VS 미국산 219만 원 이어폰 비교해보니
‘일단 아무거나 빨리 들어보자.’ 얼른 청음해 보고 싶은 마음에 평소 들어보기 힘든 비싼 이어폰부터 손에 집었다. 한국 프리미엄 음향 브랜드 아스텔앤컨의 ‘Angie II’와 미국 브랜드인 캠프파이어의 ‘Solaris 2020’이다. Angie II는 169만 원, Solaris 2020은 219만 원짜리 이어폰이다. 둘 다 유선 제품이다.
블루투스 이어폰과 헤드폰의 성능이 좋아졌다지만 고급형 시장은 여전히 유선 제품의 차지다. 황당하게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3.5mm 단자를 없애버렸다. 그러나 포터블 DAC를 이용하면 3.5mm 플러그 연결이 가능한 것은 물론, 음질 향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더사운드랩에선 앰프가 내장된 다양한 DAC들도 청음할 수 있다. 기자는 유명 브랜드인 iFi의 ‘HIP-DAC 3’와 같은 브랜드의 최신 고급 기종인 ‘Go bar Kensei’를 택했다.
먼저 Solaris 2020과 HIP-DAC 3 조합으로 영화 ‘위대한 쇼맨’(2017)의 OST인 ‘Come Alive’를 들어봤다. 뮤지컬 영화 삽입곡이라 여러 보컬이 등장하고, 연주되는 악기도 다양하다. 합창과 악기 소리가 뒤섞이는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소리들이 뭉개짐 없이 명확히 구분되고, 모든 음역대가 살아있다. 같은 이어폰에 이번엔 Go bar Kensei를 물려봤다. 이전의 풍부한 소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고음 선명도가 좋아졌다. 다만 귀를 찌르는 듯 쏘는 느낌이 들어 볼륨을 약간 줄여야 했다.
DAC 간 비교를 위해 이번엔 아이유의 ‘밤편지’로 테스트했다. Kensei로는 도입부에서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린다. 이제 다시 HIP-DAC 3로 들어보니 차이가 명확해졌다. 고역대에선 확실히 HIP-DAC 3가 밀린다. 다만 개인적으로 둘 중 더 듣기 편한 쪽은 HIP-DAC 3였다. 너무 선명한 Kensei는 오래 들으면 피곤할 스타일이다.
이제 같은 곡과 DAC로 이어폰끼리 비교해봤다. Angie II는 Solaris 2020과 비교하면 저역이 약간 강조됐다. 전체적인 해상도와 밸런스는 Solaris가 낫다. 물론 Angie II도 하이파이에 걸맞은 사운드를 들려주는 훌륭한 이어폰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더 좋은 기종으로 청음한 뒤 하위 기종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역체감’은 어쩔 수 없었다.
신기한 점은 Angie II를 Kensei와 조합해 들어보니 사운드가 훨씬 풍부해졌다는 것이다. Solaris 2020과 HIP-DAC 3 조합이 Angie II와 Kensei 조합과 얼추 대등한 느낌이다. 기기마다 어울리는 DAC가 있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청음의 묘미다. 기자는 장시간 청음을 위해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HIP-DAC 3만 테이블에 남겨뒀다.
젠하이저 명품 IE900 VS 350대 한정판 저음 괴물 Triton
청음의 맛에 빠지니 멈출 수가 없다. 이번엔 정가 199만 원의 젠하이저 ‘IE900’과 미국 하이엔드 전문 브랜드인 엠파이어 이어스의 ‘Triton’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288만 원 상당의 Triton은 전 세계 350대 한정으로 제작됐다.
이번엔 제품 스펙부터 비교해보자. IE900은 하나의 다이나믹 드라이버(DD)로 초저역인 5Hz부터 4만 8000Hz까지 소화해내는 ‘DD 끝판왕’이다. Triton은 중음을 담당하는 밸런스드 아마추어(BA) 드라이버에 저음을 담당하는 전용 저주파 DD를 탑재했다고 한다. 고음을 내기 위한 BA는 따로 탑재하지 않았다. 스펙상으로는 5Hz~4만Hz를 커버하는데, 아무래도 고역대에선 IE900에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이나믹 드라이버는 일반적인 스피커, 헤드폰, 이어폰 등에 사용하는 발음체로, 원형의 얇은 진동판을 통해 소리를 낸다. 저음과 공간감 표현에 유리하다. 밸런스드 아마추어는 금속 진동판을 사용하는 발음체로, 본래는 보청기용으로 발명했다. DD에 비해 고음을 내는 데 유리하지만, 대역폭에 한계가 있어 보통 하나의 이어폰에 2개 이상의 BA를 사용한다.
두 이어폰의 특징은 분명했다. 먼저 IE900으로 영화 ‘라이온킹’(1994) OST인 ‘The Circle of Life’를 들어봤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다는 인상이다. 해상력이 뛰어나 묻히는 소리가 전혀 없고, 특정 음역대가 강조되지 않는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젬베와 드럼 등 타악기 소리와 웅장한 느낌의 줄루어 코러스가 조화를 이룬다. 스케일이 큰 오케스트레이션의 매력을 살리는 공간감도 훌륭하다. 그야말로 이어폰의 정석과 같다. 특히 놀라운 것은 별이 반짝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3분 33초 구간이다. IE900에선 이 소리가 보컬과 타악기 등 다른 사운드에 묻히지 않고 명확히 구별되어 들렸다.
두 번째 곡은 영화 ‘다크나이트’(2008) OST인 ‘Like a dog chasing cars’다. 클래식에 어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IE900답게 관현악기들이 제각기 뽐내는 단단한 저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엠파이어의 Triton은 개성이 뚜렷했다. 아주 강력한 저음으로 승부를 보는 제품이다. 같은 곡을 들어보니 한층 더 깊고 풍부한 저음이 고막을 때린다. 생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양감과 깊이다.
저음을 듣는 재미가 생겨 다른 곡도 들어봤다. 이글스의 ‘Hotel California’ 1994년 MTV 라이브 버전에서 콩가를 치는 소리가 한층 묵직해졌다. 덕분에 곡이 전체적으로 훨씬 풍성하게 들린다. 첼로 연주자 Hauser가 연주하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잔향감이 심금을 울릴 정도다. 팝 가수 크리스토퍼의 ‘Bad’에서도 베이스 기타와 허밍의 저음이 아주 깊고 풍부하다. “저음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이어폰이다.
다만, 밸런스가 잘 맞느냐고 묻는다면 의문 부호가 생긴다. 저음을 강조하다보니 아무래도 고음은 죽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한 ‘Circle of Life’의 3분 33초 부분도 Triton으로는 잘 들리지 않았다.
종합하자면 밸런스가 잘 맞는 모니터링용으로는 IE900의 승리이지만, 듣는 재미를 선사하는 펀사운드 용도로는 Triton의 승리. 그래서 둘 중 뭐가 탐나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Triton을 고르겠다. 저음 표현이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음역대가 다양한 3중창이나 4중창을 들어보니 차이가 확실해진다. JTBC 성악 예능 팬텀싱어에 나온 ‘바람이 되어’를 Triton으로 들어봤더니 베이스인 김바울의 저음은 더 깊고 굵직하게 들리지만, 카운터테너 최성훈의 고음은 건조하게 들려 매력이 반감됐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이츠하크 펄먼이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에서 도입부 바이올린 소리가 깔끔하게 들리긴 하는데, 무미건조하고 인상적이진 않다. 다시 IE900으로 돌아가니 이제야 바이올린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살아난다. 드럼 연주가 있는 곡들을 들어봐도 똑같다. 하이햇을 칠 때의 찰랑거리는 소리가 IE900에선 잘 들리지만, Triton에선 죽어버렸다.
진짜 그냥 들어봐도 되나요…400만 원 훌쩍 넘는 이어폰이라니
이번엔 최종 보스를 들고 왔다. 미국 ‘64오디오’의 플래그십 제품인 ‘U18t’가 주인공이다. 유닛 한쪽당 18개의 BA가 들어갔다는 이어폰이다. 64오디오 측에서도 ‘인이어 사운드의 정점’이라고 자부한다. 가격은 430만 원이 넘어간다.
IE900을 들었을 때 ‘이보다 나은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바로 답이 나와버렸다. Sting의 ‘Shape of my heart’ 도입부에서 이미 끝나버렸다. IE900은 여전히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선명하며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줬다. 하지만 U18t의 해상도는 남달랐다. 클래식 기타 줄을 튕기는 소리가 너무나 또렷하게 들렸다. 아무래도 고음에서는 DD보다 BA가 유리한 법이다. 저음용 BA 8개, 중음용 BA 8개, 고음과 중고음용 BA를 1개씩 넣은 U18t는 모든 음역대에서 IE900보다 해상력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듯하다.
클래식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1악장(발렌티나 리시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을 U18t로 들어봤다.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가는 금관악기들과 그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바순의 저음이 뇌리에 박힌다. 피아노 연주자가 힘차게 건반을 내리치고, 이내 한꺼번에 연주되는 현악기들의 앙상블이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같은 곡을 IE900으로 들어보니 선예도에서 확실히 U18t가 우위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혹시 가격대 차이로 인한 플라시보 효과는 아닐까? 더 뛰어난 음원으로 비교해보고 싶었다. 더사운드랩에선 앰프와 DAC, 소스 기기를 결합한 DAP도 청음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제품은 올인원 일체형 DAP인 아스텔앤컨 ‘ACRO CA1000T’였다. 소비자가격 300만 원이 넘는 기기를 조심스레 자리로 가져와 다시 두 이어폰을 비교해봤다. 아카펠라 그룹 펜타토닉스가 부른 라이온킹 OST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을 무손실 파일인 FLAC 버전으로 비교 감상했다. 음원이 업그레이드 되니 차이도 분명해지는 듯하다. 역시 더 또렷하고 풍부한 쪽이 U18t였다.
더사운드랩에선 여러 헤드폰도 들어볼 수 있지만, 이날은 이어폰 청음만으로 이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쉽지만 헤드폰은 눈으로 구경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음질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소인 케이블도 교체해 들어볼 수 있다. 더사운드랩은 현재 1000만 원이 넘는 선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선 넘는 가격이다. 직원은 이 케이블을 연결한 이어폰으로 청음한 뒤 다른 이어폰을 들으니 역체감이 너무 심해 한동안 테스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손님에게 눈치 주지 말라”…오디오 애호가 사장의 신신당부
셀프 ‘오디오 오마카세’에 빠지면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다. 오후 2시 30분께 매장에 도착했는데, 청음을 마치고 나니 저녁 6시가 넘어버렸다. 수백만 원짜리 이어폰과 헤드폰을 4시간 가까이 공짜로 들은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사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 정도면 ‘사장님이 미쳤어요’ 현수막이라도 내걸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쉽게도 이날 반유정 더사운드랩 대표는 출장 중이었다. 매장의 평소 모습을 그대로 취재하고 싶어 사전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간 탓에 발생한 불상사다. 대신 직원을 상대로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더사운드랩은 2016년 설립됐다. 오디오 애호가인 반 대표는 음악 감상이 최고의 취미다. “음악 감상에는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는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말처럼, 반 대표도 음악을 들을 때면 모든 잡생각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반 대표가 종종 찾던 부산 유일의 청음숍이 폐업한다는 소문이 들려왔고, 이에 그는 직접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반 대표는 직원들에게 딱 한 가지를 신신당부했다. ‘손님이 편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하라’고 말이다. 오랜 시간 앉아서 이것저것 듣고 있어도 절대 눈치를 주지 말라는 것. 그래서 이 곳을 찾는 손님들은 오히려 반 대표에게 감사를 표한다. 음향 마니아에겐 이런 청음숍의 존재 자체가 축복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창원, 포항, 울산, 전라도, 서울 등에서도 더사운드랩을 찾아온다고 한다. 애초 한국 전역에 있는 전문 청음숍이 총 10군데가 되지 않는다.
저 멀리 미국에서도 더사운드랩을 찾아온다. 한국인 부인과 함께 해마다 오는 단골부터 애플 엔지니어까지 미국인들의 방문이 유독 잦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에도 이처럼 한꺼번에 다양한 브랜드의 기기를 들어볼 수 있는 청음숍은 드물다고 한다.
항구 도시인 덕에 태국, 러시아 등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 역시 자주 방문한다. 얼마 전 한 외국인 손님은 이어폰과 앰프 등을 구매해 총 1000만 원을 쓰고 갔다.
더사운드랩의 독특한 점은 중국계 브랜드 제품도 많다는 것이다. 직원에 따르면 하이파이를 표방하는 중국산 브랜드 제품이 쏟아지고 있고, 이들 제품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아 오히려 ‘가성비’ 측면에서 좋다고 한다. 추천 브랜드로는 ‘Simgot’와 ‘수월우’ 등을 꼽았다.
이날 더사운드랩에는 기자처럼 여러 기기를 테이블로 가져와 진득하게 노래를 감상한 또 다른 손님 엄 모(25) 씨가 있었다. 인천에서 일하는 직장인인 엄 씨 역시 음악 감상이 취미다. 포털사이트 검색으로 더사운드랩을 알게 된 이후로는 친구들과 부산에 놀러올 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방문이라고 한다.
엄 씨에게 추천하는 브랜드를 묻자 미국 ‘크리에이티브’사를 꼽았다. 엄 씨는 친구가 ‘캠프파이어’를 추천했다고도 덧붙였다. 한 번 방문할 때마다 기본적으로 3~4시간은 보내고 간다는 그는 “더사운드랩의 최고 장점은 부담 없이 여유롭게 고급 음향기기를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손님 대부분이 오디오 마니아여서일까? 여러 사람이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하는데도 고장률이나 분실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직원은 “서울 청음숍에선 고장 나는 일이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매장에선 여러 사람 손을 타는 것 치고는 제품들이 정말 멀쩡하다”면서 “서울에선 이어팁 도난 사고도 많다는데, 우리는 그런 작은 이어팁조차 몰래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아마 낮은 분실률과 도난률은 반 대표의 ‘진심’이 마니아들에게 통했기 때문일테다. 더사운드랩 한 켠엔 영국 스피커 브랜드 ‘마샬’(Marshall) 본사에서 제작한 매대가 있다. 매장을 찾았다가 한눈에 반한 본사 측에서 자사 제품을 전시하고 싶다며 직접 제작해 제공했다. 당시 마샬 측은 매장 바깥에서도 눈에 쉽게 띌 수 있는 매대까지 만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반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너무 티나는게 싫다’는 이유였다.
더사운드랩은 실내 규모가 크지 않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찾아오면 여유롭게 음악 감상을 하기 힘들다. 그래서 반 대표는 이곳이 청음숍이라는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인테리어 공사 당시 밖에서 보면 무엇을 판매하는 곳인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게끔 의도했다고 한다. 덕분에 알음알음 이곳을 찾아온 오디오 마니아들은 한결 여유롭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혹시나 이 기사로 인해 더사운드랩에 손님이 갑자기 몰리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매장을 방문해볼 의향이 있는 미래의 손님들에게 미리 부탁드린다. 이곳은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소중한 아지트이므로, 물건들을 조심히 다뤄주시길 바란다. 요란한 일상은 잠시 뒤로 하고, 음악이 있는 더사운드랩에서 여유를 찾아보길 권한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