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라이더’는 자영업자인가 근로자인가
디지털 사회를 생각한다 / 이재열 외
속칭 ‘라이더’라 불리는 배달기사들은 자영업자인가, 혹은 근로자인가. 많은 사람들이 배달기사를 ‘특고’(특수고용직) 노동자와 혼동한다. 배달기사는 크게 택배 배달기사와 음식 주문 배달기사로 나뉜다. 보통 후자를 ‘라이더’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택배 배달기사는 ‘특고’다. 대체로 하나의 택배회사와 거래하기 때문에 그 회사가 일감을 주지 않으면 실업과 유사한 상황에 몰린다. 고용으로 종속되진 않지만 경제적으로는 종속된다. 그러나 라이더는 다르다. 배달의민족 앱을 끄고 쿠팡 앱을 켤 경우, 다른 회사 일을 하게 된다. ‘특고’의 종속성과는 달리 꽤나 자율성이 주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일하기 싫으면 앱을 꺼버리면 된다.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적 해석이 강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이들이 자유로울까.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을 얕봐서는 안된다. 정교한 알고리즘은 라이더에게 ‘이 일을 지금 거절하면 앞으로 못하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는다. 강제로 발목에 쇠사슬을 채우지는 않지만, 앱에서 울리는 배달 알림음을 무시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연유로 라이더들은 스스로를 ‘배달 노예’라 자조(自嘲)한다. 디지털 사회가 만든 새로운 피지배계층인 셈이다.
<디지털 사회를 생각한다>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일터와 일상, 심지어 인간 관계를 다양한 측면에서 조망한다. 앞서 언급한 라이더 역시 디지털 사회의 대표적 신(新)직업이다. 책은 다양한 주제를 여러 장(章)으로 나누고 각 장마다 여러 석학들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주제를 설명한다. 대화라고 표현했지만, 각자의 차례마다 장광설이 이어지므로 필담에 가깝다. 어쨌든 대화체 문장 덕분에 딱딱하기 쉬운 보통의 사회과학 서적에 비해 쉽게 읽힌다. 이재열·강정한·권현지 등 지음/롤러코스터/392쪽/2만 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