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지지율 동반 하락에 ‘협의체’는 지지부진…위기의 한동훈 ‘차별화’ 나서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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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여파로 국정 지지율·당 지지율 20%대로 동반 하락
한동훈 주력한 여야의정 협의체, 정부 강경론 속 ‘제자리 걸음’
다급한 친한계 “대통령실 우호적 차별화 인정해야”, 김 여사 비판 수위도 높여
그러나 전면적 차별화는 양쪽 모두 부담, 윤 대통령-당 지도부 내주 회동 주목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조계사에서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임 두 달을 맞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만만찮은 리더십 위기에 봉착했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으로 당정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저치까지 동반 하락했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속에 ‘제자리 걸음’만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내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19일 대통령실에 한 대표의 ‘우호적 차별화’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김건희 여사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일제히 쏟아내 눈길을 끌었다.

추석 연휴 기간 의료계 인사들을 접촉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진력한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날씨는 추워질 것이고 골든타임은 지나고 있다”며 협의체 구성을 위한 의료계와 야당의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그는 “연휴 기간 관련 인사들 다수와 대화해 보면 확실히 간극이 좁혀지고 어떤 문제를 서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알 수 있더라”며 “여야의정 모두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자. 국민 건강만 생각하자”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최근 당정 지지율은 물론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지지율까지 대폭 하락한 한 대표가 협의체 구성을 현 위기 탈출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와 관련, 추석 연휴 기간인 지난 1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취임 후 최저치인 20%까지 내려앉았고,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 역시 28%로 정부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당정 지지율은 한 대표가 7·23 전당대회를 거쳐 취임한 이후 줄곧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갤럽의 7월 4주~9월 2주 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8→27→23→23→20%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32→30→31→28%로 하락했다. 여기에 총선 직전인 지난 3월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에서 24%를 기록했던 한 대표 지지율도 이번에는 14%까지 떨어졌다.

친한계는 대통령실과 당 주류인 친윤(친윤석열)계의 비협조 속에 원내 장악도, 정책 주도권을 갖기도 어려운 어정쩡한 한 대표의 처지에서 원인을 찾는 분위기다. 결국 역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그래왔듯 한 대표도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보인다. 친한계인 신지호 당 전략기획부총장은 “당정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면 변곡점을 만들어서 바닥을 찍고 상승해야 한다”며 “(한 대표의) ‘우호적 차별화’를 대통령실이 전략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호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긴 했지만, 결국 의정 갈등 해법, 김 여사 관련 문제 등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사안에 대해 한 대표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용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친한계는 김 여사의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의 강도도 높였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김 여사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원들도 만나면 ‘여사 좀 다니시지 말라 그래’까지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마포대교에 가서 소방관들을 만난다든가 경찰들을 만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못한 것 같다”고 김 여사의 최근 대외 활동 증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충돌’에 가까운 전면적인 차별화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한 여권 인사는 “아직 임기 절반이 남은 대통령에 대해 여당 대표가 각을 세우는 건 극히 위험한 선택”이라며 “한 대표가 ‘선’을 건드리지 않는 수준에서 서서히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임계점’이 오기 전에 오히려 먼저 힘이 빠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한 대표의 딜레마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오늘 2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면서 현안인 의료 개혁 문제를 논의한다고 대통령실이 이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의 의제를 놓고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이 이견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날 만찬이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난달 30일 만찬을 하기로 했다가 민생 대책 대응을 위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공식 만남은 한 대표 취임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한편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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