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일부러 파손시켜 난방비 ‘0원’ 82가구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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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국회 이연희 의원 제출 자료
작년 11월~올해 2월 0원 17만가구
계량기 고장으로 0원 가구 2만 가구
계량기 망가뜨린 곳 29→82가구로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지난 겨울 전기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0원’이 나온 아파트가 2만 1000여 가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기계량기를 일부러 손상시켜 난방비를 0원으로 나오게 한 가구가 82가구 있었다.

2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달 이상 난방비가 0원이었던 아파트는 총 17만 7391가구였다.

그런데 난방비 0원 가구 중 실제 난방을 사용하지 않은 곳은 12만 2986가구로 가장 많은 69.3%를 차지했다. 빈집이어서 난방비가 안나온 경우가 3만 1706가구(17.9%), 장기간 집을 비운 곳은 5664가구(3.2%)였다.

난방비가 발생하지 않은 원인을 알 수 없어 ‘기타’로 분류된 가구는 5414가구(3.1%) 있었다.

문제는 사람이 살면서 난방을 했는데도 난방비가 전혀 나오지 않은 가구다. 계량기 고장으로 비용이 청구되지 않은 가구는 2만 1539가구로, 난방비 0원 가구의 12.1%였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1만 4242가구)에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2371가구), 인천(1665가구)이 뒤를 이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난방비 부과 현황 조사가 반복되자, 계량기 점검을 좀더 철저하게 하면서 갈수록 고장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도록 고의로 계량기를 훼손한 사례는 급증했다. 계량기를 망가뜨린 양심 불량 가구는 2022년 조사에서 17가구, 지난해 29가구였으나, 올해 82가구로 크게 늘었다.

계량기를 고장 내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는 경찰에 고발되거나, 같은 아파트 동에서 가장 많은 난방비가 부과되는 등의 조치를 받는다.

계량기 고의 훼손의 경우 전체 82건 중 72건이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난방비 0원 아파트 문제는 2014년 ‘난방 열사’로 불린 배우 김부선 씨에 의해 이슈가 됐고, 이후 국토부는 매년 겨울철 난방비 부과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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