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 치매 어르신, 일일 바리스타로 변신
부산 북구 올해 4번째 행사 열어
25일 금빛공원, 27일 우리공원
치매 인식 개선 위해 카페 기획
주문한 메뉴가 틀리거나 늦게 나오더라도 손님들이 따뜻한 미소를 보내주는 카페가 있다. 25일 오후 2시 부산 북구 금곡동 한 공원에는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일일 카페가 열렸다. 파란색 천막 아래 앞치마를 입은 경증 치매 어르신들은 일일 바리스타로 변신했다.
손님들은 마시고 싶은 음료를 바리스타에게 말하는 대신 메뉴판에 표시해 전달했다. 바리스타들은 주문받은 메뉴를 하나씩 손가락으로 세고 다시 곱씹었다. 정신없이 밀려드는 손님에 주문한 메뉴와 다르게 나오기도 했지만, 손님들은 음료가 맛있다며 엄지를 세웠고 바리스타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카페 운영에 참여한 70대 A 씨는 “음료를 만드는 일도 재미있고 많은 사람들과 소통까지 하게 되니 더 힘이 난다”며 “몸을 움직이고 주문받은 메뉴를 기억하려고 노력하니 건강해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경증 치매 진단을 받은 노인이 직접 바리스타로 참여하는 카페가 부산 북구에서 열렸다. 북구청은 25일에는 금빛공원에서, 27일은 우리공원에서 각각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치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기억이 머무는 카페’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카페는 경도인지장애나 경증치매를 가진 70~80대 노인 3명이 바리스타로 나서 주문을 받고 음료를 만든다. 지역 주민 누구나 무료로 다과와 음료를 이용할 수 있다.
기억이 머무는 카페는 구민들에게 치매와 관련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기획했다. 올해만 벌써 4번째 행사다. 경증 치매를 가진 70~80대가 직업 활동에 참여하면서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치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개선하자는 취지다. 행사장에는 퀴즈 풀기나 치매 인지 재활프로그램 체험공간, 60세 이상 대상 치매 인지 선별검사장, 혈압과 혈당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북구청은 우체국 집배원이 등기우편배달을 통해 치매 환자의 건강을 직접 살피거나 치매 위험군이나 우울증이 있는 노인을 대상으로 텃밭 가꾸기 등 치매 노인 건강을 위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