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서민 울리는 ‘금배추’… 중국산 수입이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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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땜질 처방에 실효성에도 의문 남아
지속가능 시스템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24일 오전 서울 한 마트에 배추 한 망에 4만 9800원이라는 가격표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른 24일 오전 서울 한 마트에 배추 한 망에 4만 9800원이라는 가격표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포장김치가 불티나게 팔린다. 온라인몰이나 대형마트에서 품절 사태까지 벌어진다. 그 혼란에 소비자들의 입에선 “난리가 따로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모든 게 치솟는 배춧값 때문이다. 올여름 유례없는 폭염·폭우로 작황이 큰 타격을 입어 지금 배추 소비자가격은 포기당 1만 원대다. 일부 시장에선 2만 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형편이니 집에서 김치 담글 엄두를 못 내고 포장김치를 찾는 것이다.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걱정은 더욱 커진다. 강원도 등 고랭지 배추도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다 ‘국민 반찬’ 김치가 서민 식탁에서 영영 사라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수급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 정부의 대책은 답답하기만 하다. 겨우 내놓은 게 중국산 배추 수입이다. 27일 수입 초도물량 16톤을 공급하고 이후 중국 산지 상황을 보면서 물량을 확대한단다. 하지만 중국산 배추 수입은 늦어도 한참 늦은 데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인체에 해로운 농약 성분 우려 등으로 소비자들이 중국산 배추를 꺼리기 때문이다. 당장 급해서 수입한 중국산 배추가 종국에는 국내 배추 농가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중국 역시 근래 이상 고온으로 배추 작황이 좋지 않아 수입량에도 한계가 있다. 중국산 배추 수입이 근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따지고 보면, 배추가 ‘금추’가 된 지금의 사태는 충분히 예견됐던 터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춧값 고공행진이 지난 수년간 반복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2년 8월 폭염과 폭우, 9월 태풍 영향 이후 온라인몰 등에서 배추김치가 품절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졌다. 당시에도 정부는 중국산 배추를 들여오는 것으로 대책을 갈음했다. 올해 들어 이상기후가 특히 심해지면서 거의 모든 채소의 생장이 악화됐고, 배춧값도 올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동안 배춧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만 내놓다가 뒤늦게 부랴부랴 중국산 배추 수입을 재개했다.

이상기후라고는 하지만 극한의 폭염과 폭우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런 기후 탓에 국민들이 주식으로 삼는 기존 농작물의 생산량은 급감하고 가격은 폭등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같이 겪는 고통이다. 때문에 매번 다른 나라의 수입 농산물에 의존할 수도 없다. 중국산 배추 수입 같은 뒷북·땜질식 처방으론 작금의 ‘배추 대란’을 못 잡는다.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농산물 수급대책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범정부적 농업 위기 대응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당장 눈앞의 배춧값이 문제가 아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농업 생산 시스템 구축에 선제적으로 나서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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