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민' 수수료 갑질 규탄한 부산 자영업자, 상생 안 되나
불황에 플랫폼 횡포, 소상공인 한계 상황
정부, 자율 규제 고집 말고 갈등 중재해야
“수수료 인상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처사입니다!” 25일 오후 3시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 자영업자들이 모여 ‘공룡 플랫폼’ 갑질 규탄 시위를 벌였다. 음식값 중 25%가 배달 플랫폼 몫인 구조에서 가격 인상조차 한계에 달했다는 호소다. 장사에 여념이 없어야 할 시간에 상인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국내 배달 서비스 1위 업체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수료 인상이다. 지난달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 수수료는 3%P 오른 9.8%가 됐다. 상인들은 가격 인상 압박과 불황의 그늘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게 됐다고 호소한다. 상생 대책과 독과점 규제가 공염불이 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존폐의 기로에 선 심정이다.
배민의 수수료 인상이 적용된 가게의 장부를 들여다 보면 딱하기 그지없다. 2만 원짜리 치킨을 배민을 통해 배달하려면 중개 수수료 1960원, 업주 부담 배달비 2900원, 결제 정산 이용료 600원, 부가세 546원, 도합 6006원을 배민에 내야 한다. 여기에 재료비,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업주가 쥐는 순수익은 쥐꼬리로 줄어든다. 빅테크 플랫폼의 독과점 횡포 앞에 상인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손님이 줄고 동종 업소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가격을 올릴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줄이고 주인이 몸으로 때울지. 곤경에 빠진 자영업자들의 삶이 휘청이고 있다.
소상공인의 붕괴 전조는 각종 통계로 확인된다. 국세청 2022년 종합소득세 신고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4명 중 3명꼴로 월소득이 100만 원에 못 미쳤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지급된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은 888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4% 늘어나 실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 증가세가 뚜렷하다. 또 한국은행은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해 올해 1분기 말 10.21%라고 경고했다. 내수 부진으로 그로기에 빠진 상황에서 빅테크 플랫폼의 수수료 횡포라는 직격탄을 맞은 꼴이다. 그 결과 국내 취업자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더디고 성과도 없다. 수수료 인하 협의체를 추진하고 상생 방안을 모색했지만 무위로 그쳤고, 자율 규제를 고수하다 배민의 기습적인 수수료 인상의 빌미를 제공한 꼴이 됐다. 게다가 정부는 플랫폼 횡포를 막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한 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선회했다. 문제는 매출과 점유율 기준에서 배민과 쿠팡 등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 자영업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참다 못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수수료 일방 인상을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하고 공정거래위에 신고하기로 했다. 정부가 진작 개입했어야 할 대목이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민생이 걸린 현안이다.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체계에 불공정 요소가 없는지 따지는 한편, 갈등이 커지기 전 상생을 중재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