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리튬전지 폭발 위험, 구리 단결정 호일로 잡는다”
수평 방향으로 리튬 성장 유도…전지 내부 '덴드라이트' 발생 억제
[그림] ‘무접촉 열처리’ 방식을 통한 구리(111) 단결정 호일 제작. 기존의 다결정 구리 호일을 공중에 매달아 열처리 시, 열역학적으로 에너지가 가장 낮은 구리(111) 결정면이 성장해 전체 구리 호일을 하나의 결정면으로 만듬. UNIST 제공
구리 포일을 사용해 리튬전지의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진이 개발했다.
27일 UNIST에 따르면 에너지화학공학과 이현욱 교수팀은 무접촉 열처리 기술로 얻은 구리(111) 단결정 포일을 무음극 리튬전지에 적용해 수명과 효율을 크게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구리 단결정 포일에서 리튬이 수직이 아닌 수평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유도해 전지 내부에 발생하는 덴드라이트를 억제했다. 덴드라이트는 리튬이 불균일하게 쌓여 나뭇가지 모양으로 성장하는 구조로, 전기적 단락을 일으켜 전지 폭발 위험을 높인다.
이러한 덴드라이트 문제는 리튬 금속전지 상용화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림] 다양한 구리 호일 위에서의 리튬 성장 형태. 표면이 울퉁불퉁한 다결정 구리호일, 표면을 폴리싱한 다결정 구리호일, 단결정 구리(111) 호일 및 단결정 구리(410) 호일에서의 리튬 전착 및 성장 형태를 비교 시, 오직 단결정 구리(111) 호일에서만 평탄하고 납작한 리튬 형태 (즉, 리튬 덴드라이트 성장이 억제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음. UNIST 제공
연구팀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 로드니 루오프(UNIST 특훈교수) 연구팀, 강원대 진성환 교수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동화 교수팀과 협력해 리튬이 안정적인 사방 십이면체 결정 구조로 균일하게 자라도록 함으로써 전지의 효율과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구리 포일에서 리튬 성장 패턴을 비교한 결과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된 '고 밀러 지수 결정면'(high-index facet)이 덴드라이트 형성의 원인임을 밝혀냈다.
제1저자 김민호 연구원은 "리튬 금속의 불균일한 성장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차세대 리튬전지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욱 교수는 "기존 리튬전지 연구는 충전에만 초점을 맞춰 한계가 있었다"며 "충전과 방전을 모두 고려한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꿈의 전지인 무음극 리튬전지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와 환경과학'(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속표지 논문으로 선정돼 지난 21일 출판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