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권이 ‘메이드인 싱가포르’?…차세대 여권, 절반이상 싱가포르서 제작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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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싱가포르 기업과 수의계약…5년간 650억원 몰아줘
“여권 제작 인프라·역량 부족으로 한국 여권 해외 외주 가공”

경기도 수원 여권민원실에서 직원이 교부할 여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 여권민원실에서 직원이 교부할 여권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세대 전자여권 이미지(개인정보면). 조폐공사 제공 차세대 전자여권 이미지(개인정보면). 조폐공사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국내 여권 제조·발급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조폐공사가 2021년부터 발급한 신여권인 차세대 여권의 개인정보면 제작을 위해 해외기업에 매년 수의계약으로 2019년 이후 현재까지 총 648억 원에 달하는 외주 가공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조폐공사는 기존의 종이 형태의 여권 개인정보면을 플라스틱 재질로 변경해 내구성과 보안성이 확보된 새로운 형태로 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구미시갑)이 3일 조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여권 개인정보면 제작 계약현황’자료에 따르면 조폐공사는 2019년 싱가포르의 Gemalto Ptd Ltd.로부터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 엔지니어링 구매와 250만 권의 여권 개인정보면 외주 가공으로 약 360억 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부터 발급하는 차세대 전자여권의 국내 발급의 준비과정이었다.

하지만, 설비와 자재를 들여오고도 외주가공은 계속됐다. 2019년 계약을 체결한 Gemalto를 인수한 Thales DIS(Singapore)에 2021년 60억 원, 2022년 43억 원, 2023년 84억 원, 2024년 100억 원 규모의 외주가공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구자근 국회의원.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국회의원.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실 제공

구자근 의원은 “국내 여권 제작을 위한 생산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추진하여 현재까지도 한국 여권을 해외에 외주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 야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차세대 여권의 개인정보면은 2019년 이후 2024년 상반기까지 1554만 권이 생산됐지만, 그중 조폐공사가 자체 제작한 건은 694만 권(44.6%)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860만 권(55.3%)은 모두 싱가포르 회사에서 제작된 것이다.

2020년 당시 조폐공사는 “차세대 여권 발급이 이상없이 준비됐다”고 밝혔으며, 현재까지도 국내 유일의 여권제조·발급 기관으로서 자사를 적극 홍보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에 절반 이상 외주를 맡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구 의원은 “한국인을 증명할 우리 여권이 해외에서 제작되는 것은 부끄러운 현실”이라면서 “진정 ‘메이드인 코리아’ 여권을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국내 기술과 생산 인프라 구축에 적극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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