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4] 이준익 감독 “BIFF, 부산시민 애정 어린 시선에 힘 얻어요”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
“천만 영화 이후 큰 책임감 느껴
남포동 분위기가 BIFF의 저력”
영화 인생 31년. 이준익 감독은 한국 영화 태동기부터 부흥기, 황금기까지 충무로 한 가운데서 모두 함께한 영화인이다. 1993년 영화 ‘키드 캅’을 선보인 후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 ‘부당거래’ ‘사도’ ‘동주’ ‘자산어보’ 등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챙긴 작품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감독이 천만 관객을 모은 작품은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 당시 1000만 명이란 숫자는 지금보다도 더 귀한 결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드롬급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셈이다.
이 감독은 “다른 건 몰라도 ‘왕의 남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 의식이 있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은 관객의 성의에 응답하고,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왕의 남자’가 스무 살이 된 해다. 이 작품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충무로 대표 영화를 언급할 때 늘 빠지지 않고 언급되면서 관객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오늘 영화를 처음 본 관객도 많더라”며 “‘왕의 남자’가 개봉했을 때 태어난 관객도 있었는데, 작품이 오래 사랑받을 수 있어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이 작품을 ‘영화 작업의 밑천’이라고 했다. 감독이 원동력 삼아 한 작품 한 작품 해나갈 수 있게 하는 밑바탕이란 설명이다. 이 감독은 “‘왕의 남자’가 개봉한 뒤 흥행 전 느꼈던 긴장을 아직도 놓은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면서 “이 작품 덕분에 함부로 행동하기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틋한 작품이라 그 밑천이 훼손되지 않게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남포동 BIFF 거리는 대한민국 어디서도 동일한 분위기를 내지 못하는 아주 독창적인 공간”이라면서 “모이는 관객은 다르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그 온도는 식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게 부산시민이 영화를 사랑하는 온도이고, BIFF가 가진 저력입니다. 그 애정 어린 시선을 듬뿍 받으면 저도 힘을 많이 얻어요. 이곳의 공기는 저를 기분 좋게 만들고 행복하게 합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