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국내 증시, ‘서학개미’ 투자액 역대 최대
결제액 2분기 비교 37.5% 증가
미국 주식 테슬라 비중 가장 높아
반도체 고점 탓 엔비디아 2위로
국내 증시 부진, 해외로 자금 이동
올해 3분기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들이 올해 집중 매수했던 엔비디아를 제치고 테슬라가 다시 보유 주식 1위를 탈환했고 결제액 1위는 반도체주가 오를 때 3배 수익을 얻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분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 증권 보관 금액은 1379억 4000만 달러(약 186조 260억 원), 결제금액은 1746억 7000만 달러(약 235조 56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보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8.3%, 결제금액은 37.5% 증가한 수준이다.
외화증권 보관금액을 종류별로 살펴보면 주식 비중이 가장 높았다. 외화 주식은 1020억 4000만 달러로 전분기(946만 4000만달러) 대비 7.8% 증가했다. 외화채권은 359억 달러로 전분기(326억 9000만 달러) 대비 9.8% 증가했다.
외화 주식 보관금액 상위 종목 1위는 테슬라였다. 보유 순위는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 순이었다. 올 상반기 반도체주 열풍 속에 보관금액 1위를 탈환했던 엔비디아는 최근 반도체주 고점 우려 등으로 인해 매도세가 나오며 테슬라에게 1분기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금액은 전체 외화 주식 보관금액의 47.6%를 차지했다.
외화 주식 결제금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미국 주식이었다. 미국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SOXL), 엔비디아, 테슬라, 반도체지수가 하락할 때 3배 수익을 얻는 ‘디렉시온 세미컨덕터 베어 3X ETF’(SOXS), ‘그래나이트셰어즈 엔비디아 2X ETF’ 순이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현상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코스피는 첫 거래일보다 3.27% 하락한 2593.27 포인트에 마쳤다. 9월 외국인은 한 달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7조9213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같은 시기 미국 S&P와 나스닥은 각각 1.59%, 2.29% 올랐다. 9월 코스피 성적은 8월에 이어 G20 중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 지수만 코스피 뒤에 놓였다. 이와 함께 국내 최대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도 수익률 향상을 위해 국내 투자 비율을 줄이고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해외시장별 주식 보관금액은 미국이 전체 보관금액의 74.4%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중국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보관금액의 98.3%를 차지했다. 외화주식의 경우 미국은 전체 외화주식 보관 규모의 90%를 차지해 전분기(858억1000만달러) 대비 7% 증가했다.
해외시장별 결제금액에서도 미국이 전체의 82.1%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중국 등 상위 5개 시장이 전체 결제금액의 99.8%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의 결제금액은 전체 외화주식 결제 규모의 96.4%로 전분기(990억 달러) 대비 36.8% 증가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