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8개월 만의 금리 인하, 소비·투자 활성화로 이어져야
내수 진작 위한 정부 역할·책임 더욱 커져
지방 등 나라 전체 경제 살리는 정책 절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무려 38개월 만의 일이다. 이는 정부가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했다는 신호를 던진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여기에는 국내 물가가 어느 정도 진정됐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42개월 만에 1%대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금통위가 어렵사리 결단을 내린 이번 금리 인하가 오랫동안 위축됐던 소비·투자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려면 우선 내수가 진작돼야 한다. 하지만 근래 내수 경기는 악화일로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줄었고, 민간 소비를 비롯해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모두 뒷걸음질 쳤다. 특히 건설투자는 -1.7%를 기록했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고금리가 지목돼 왔는데, 이번 금리 인하로 기업과 가계의 이자 부담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돼 그나마 숨통이 트이게 됐다. 물론 한계는 있다. 가계소득이 단기간에 늘어날 가능성이 작은 형편이라 약간의 이자 부담 감소가 곧바로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정부 정책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말이 된다.
이번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로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금리 인하는 그런 추세를 일순간 허물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로선 내수 진작과 가계부채 감소라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된 셈이다. 당장에 집값을 비롯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 문제다. 금리 인하에 편승한 이른바 ‘영끌 투자’와 그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 소지를 없앨 과감한 정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나온다. 마땅한 주장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앞뒤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정책은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논란이 되는 가계대출 급증이나 부동산 가격 폭등은 상당 부분 서울 등 수도권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부산을 비롯한 지방의 부동산 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아파트에는 미분양이 쌓이고, 고금리에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규 사업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을 기준으로 한 부동산 정책을 획일적으로 추진한다면 지방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를 감안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리 인하가 나라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보다 지혜로운 정책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