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위기의 삼성전자, 엇갈리는 향후 전망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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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어닝쇼크'에 비상
경영진 이례적 사과에도 심각
납품 지연·파운드리 부진 원인
개인투자자 매수, 외국인은 매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일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있는 삼성전기 필리핀법인을 찾아 MLCC(적층세라믹캐피시터)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에서 ‘어닝쇼크(시장예상치를 밑도는 실적)’를 기록하면서 “제2의 인텔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삼성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례적 사과까지 하고 해법까지 제시했지만 향후 전망을 놓고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엇갈리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증권·IT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올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79조 원, 영업이익 9조 1000억 원을 발표한 뒤 삼성전자 전영현 반도체(DS)부문장(부회장)이 사과문을 낸 데 대해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만 14조 9000억 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을 때도 사과문이 없었는데, 이번에 10조 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낸 상황에서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HBM(고대역폭 메모리)에서의 부진은 다소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의 겨울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겨울은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다”면서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승인 지연을 삼성전자 부진의 이유로 지적했다.

전영현 부회장이 사과문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번째 해법으로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한 것도 뼈저린 자기반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엔비디아와 협업하며 HBM 기술을 개발해 온 SK하이닉스는 흑자로 돌아서는 등 가파른 실적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반도체 ‘빅3’ 중 유일하게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지 못하면서 어두운 미래 전망치만 나오고 있다.

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인 대만의 TSMC를 따라잡겠다고 했지만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도 위기론을 거들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문에는 큰 물량을 맡기는 고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TSMC에는 애플과 엔비디아가 주문을 계속 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의 부진을 놓고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력의 한계로 이제 빠른 추격도 쉽지 않은 데 있다”, “D램·파운드리·시스템LSI(팹리스) 등에서 전문 경쟁자와 대적하기 위해 투자 자원을 분산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인공지능(AI) 호황의 기회를 제대로 캐치하지 못했다”, “삼성처럼 종합 반도체 기업인 인텔도 결국 무너졌다”는 등의 분석들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어닝쇼크로 주가가 6만 원 아래로 떨어지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로 나선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바닥을 쳤다”며 매수로 돌아선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삼성전자 주식 7조 원 이상을 매수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노근창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매출액이 사상 최대 수준이어서 삼성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낙관했다. 반면 KB증권 리서치센터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내년 영업이익으로 기존 대비 5% 하락한 36조 원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향후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의 기대치 하회, 파운드리 가동률 부진으로 인한 시스템 LSI 적자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전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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