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스터처치 재건 통해 드러난 도시 회복력, 미래 위기에도 대비한다.” [도시 회복력, 세계서 배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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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이후 더 나은 도시가 됐다”
“지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 됐다”

리엔 달지엘 전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이 <부산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종우 기자. 리엔 달지엘 전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이 <부산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종우 기자.

■“지진 이후 더 나은 도시가 됐다.” 리엔 달지엘 전 시장

리엔 달지엘 전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은 뉴질랜드 노동당 소속으로 이민부 장관, 상무부 장관을 거친 현 야권의 핵심 인사다. 그는 2013년부터 크라이스트처치 시장을 맡아 중심업무지구 재건 등을 지휘했다. 지난 8월 크라이스트처치 중심업무지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달지엘 시장은 지진 복구 사업에서 중앙정부, 지방정부, 민간의 합동 거버넌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달지엘 전 시장은 “기본적으로 재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중앙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뉴질랜드도 지방정부는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진 이후 중앙정부는 소상공인들이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6~8주간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과감한 재정 지원을 실시했다.

크라이스트처치 지방정부와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달지엘 전 시장은 “도시를 어떻게 재건해야할지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모았다”면서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심업무지구 등을 어떻게 재건할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했는데 오프라인 모임에서 1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심업무지구의 상업 시설 확대 과정에서 만들어진 ‘리버사이드마켓’은 민간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업이다. 지진 직후 상업 시설 확보를 위해 ‘리스타트 컨테이너 몰’이 만들어졌고 이후 영구 상업 시설로 제안된 사업이 리버사이드마켓이다. 달지엔 전 시장은 “민간 개발자가 리버사이드마켓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시가 이를 적극 받아들이면서 사업이 성사됐다”고 밝혔다. 30여개 음식점과 40여개 신선식품 매장 등이 밀집한 리버사이드마켓은 하루 1만 명이 방문하는 크라이스트처치의 ‘핫플레이스’다.

달지엔 전 시장은 “크라이스트처치는 지진 이후 더 나은 도시가 됐다”고 강조했다. 지진 복구 과정에서 쾌적한 도시환경이 만들어진데다 철저한 ‘내진설계’로 안전까지 확보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중에 만난 캔터베리대학교의 연구원들이나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우버 기사 등은 모두 “다음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가장 안전한 장소는 크라이스트처치”라고 말했다.


뉴질랜드 지진회복력 센터인 퀘이크코어의 배성은 박사. 배성은 박사 제공. 뉴질랜드 지진회복력 센터인 퀘이크코어의 배성은 박사. 배성은 박사 제공.

■“지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됐다.” 퀘이크코어 배성은 박사

뉴질랜드는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진 대응 조직을 만들었다. 이 가운데 퀘이크코어(QuakeCoRE)는 뉴질랜드 고등교육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도시의 ‘지진회복력’을 다양한 수준에서 연구하는 기관이다. 퀘이크코어에서 지진피해예측 분석에 참여하고 있는 배성은 박사는 뉴질랜드가 지진 경험을 ‘연구 자산’으로 만들었고 이를 통해 미래를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 박사는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인구 밀집지역에서 발생한 유래 없는 대규모 지진이어서 ‘지진 데이터’의 품질이 역대급으로 좋다”고 강조했다. 고품질의 지진 데이터는 전세계 지진 연구자들을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대학으로 끌어들였고 뉴질랜드 정부도 지진 연구를 아낌없이 지원했다.

크라이스트처치는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무너진 건물 이외에 내구성이 약해진 건물은 모두 철거했다. 이후 시내에 28m(약 7층) 이상의 건물은 건축 자체를 허가하지 않았고 3층 이상 건물에는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지진공백(사이즈믹 갭)을 적용했다. 배 박사는 “이런 노력 때문에 시민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가장 안전한 도시가 크라이스트처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지진 연구는 다음 지진을 대비하는 ‘보험’ 역할도 했다. 퀘이크코어 등 기관에서 다음 발생할 지진 관련 ‘피해 범위’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하면서 뉴질랜드 국가 지진보험인 EQC는 글로벌 재보험사로부터 재보험을 들 수 있게 됐다. 배 박사는 “과학자들의 지진 연구의 성과를 뉴질랜드가 곧바로 정책에 반영했다”면서 “주요 건물에서는 기둥마다 아이솔레이터(지진 격리 받침)를 설치하는 등 지진에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민관이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그리피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회복력 최고책임자. 그리피스 최고책임자 제공. 데이비드 그리피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회복력 최고책임자. 그리피스 최고책임자 제공.

■“이제는 인구 충격에도 대비한다.” 데이비드 그리피스 도시회복력 최고책임자

데이비드 그리피스 크라이스트처치 도시회복력 최고책임자는 캔터베리 지진복구 기구(CERA)에서 복구 전략 담당관을 지낸 ‘회복력’ 전문가다. 그는 2010년대 지진 이후 구성된 ‘크라이스트처치 도시회복력 전략’ 기구를 이끌고 있다. 그는 크라이스트처치의 도시회복력 전략과 관련,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관료주의’ 등의 문제없이 지진복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지진 충격에서 회복한 크라이스트처치는 장기적으로 ‘인구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출산율은 2023년 기준 1.56으로 한국(0.72)의 두 배가 넘지만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를 우려할 상황이다. 그리피스 최고책임자는 “크라이스트처치의 경우 다수 인구가 은퇴연령(65세)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민 정책이 젊은 연령층을 유인하는데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완화적 이민정책이 적용되는 크라이스트처치의 경우 2070년까지 인구 장기 추세에서 20~30대가 크게 감소하지 않고 65세 이상만 증가하는 특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피스 최고책임자는 “20~34세, 35~49세, 50~64세 인구는 현재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민이 노동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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