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우크라 파병해 주고 러에게 얻었을 ‘그 무엇’에 동북아 격동
북, 1만 2000여 명 규모 파병 전망
이미 1500명 블라디보스토크행
러 군사기술 전수 땐 한반도 급랭
북핵 문제 노골적 지지 가능성도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1만 2000명 규모 정예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지상군 대규모 해외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례 없는 군사 지원에 북한과 러시아가 ‘혈맹’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올리면서, 양국의 군사기술 원조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급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북한은 특수부대 4개 여단 1만 2000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8일 기준으로 1500명의 북한 군인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됐다. 북한의 지상군 대규모 해외 파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단거리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물밑으로 공급하긴 했지만, 대규모 정예 병력 파견은 지금까지의 군사협력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지난 6월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통해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끌어올렸다는 분석 속 이 조약을 바탕으로 실제 참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젠 양국이 ‘혈맹’으로 관계를 격상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북핵에 대한 러시아의 노골적인 엄호 역할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고, 한러관계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대가로 받을 첨단군사 기술에 대한 우려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앞으로 제재를 무시하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려는 태도를 더욱 노골화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회복을 기대하며 관리해 온 한러관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게 될 반대급부도 우려된다. 북한이 대외적 비난의 부담을 감수하고 정예병력 파병을 결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도 지금까지 무기를 받는 대가로 건넸던 것보다는 훨씬 가치 있는 군사기술 등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기술로는 부족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다탄두 유도화 기술 개발을 러시아가 도울 수도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위한 핵잠수함 건조 기술, 군사정찰위성 관련 추진체·위성체 기술 등도 거론된다. 파병은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전망이다. 현재 러시아 참전 장병의 평균 월급은 약 3000달러(약 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병 자체가 갖는 상징성, 러시아와 공조해 전투를 치른다는 사실 자체가 갖는 메시지가 있다.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대가를 반대급부로 줘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러시아를 위해 파병한 것처럼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북한을 돕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를 뒷배로 북한의 도발 행태가 더욱 과감해질 가능성도 있다. 한미동맹과 북러동맹의 대결구도가 한반도에 선명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군이 러시아에서 한국전쟁 이후 사실상 하지 못했던 실전 경험을 쌓는다는 점 역시 우리에겐 위협이 되는 요소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군사 파병은)한반도에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며 기정사실화 된 것”이라며 “한반도의 안보 불확실성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