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예산 빠듯한 지역 축제 ‘아우성’… 행사 축소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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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지자체 축제 개최 애로 호소
제작비용·행사 요원비 등 올라
광안리어방축제 매년 예산 증액
영도·동구 등 대표 축제 부담 가중
대행업체도 ‘울며 겨자 먹기’ 진행

지난 5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서 열린 광안리어방축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5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일원서 열린 광안리어방축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광안리어방축제와 영도 반딧불이 축제 등 부산 기초 지자체들이 주관하는 축제들이 고물가 영향으로 원활한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축제마다 행사장을 조성하기 위한 자재 가격이나 콘텐츠 제작 비용이 오른데다 행사 요원 섭외 비용까지 올라 예산이 치솟은 때문이다. 지자체들이 지역 대표 축제 명성을 이어가려고 당장 필요한 축제 예산을 늘렸지만 축제에 들어가는 예산 증가 속도가 가팔라 장기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부산 수영구청에 따르면, 수영구 대표 축제인 광안리어방축제 예산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22년만 해도 광안리어방축제 예산은 7억 7500만 원 수준이었으나, 올해에는 예산이 13억 4500만 원이 배정됐다. 예산 상승 규모로 보면 2년간 약 73%나 상승했다. 수영구청 측은 내년 광안리어방축제 예산도 늘릴 계획이다. 수영구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코로나19 때 축제가 중단된 사이 물가가 많이 올랐으나 예산은 코로나19 전에 머물러 있어 어려움이 있었다”며 “프로그램도 더 확대하고 콘텐츠도 추가하다 보니 예산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소규모 지역 축제들도 예산 부담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부산 영도구청은 내년 ‘영도 반딧불이 축제’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영도 반딧불이 축제에는 예산 2000만 원이 들었는데 여기에 1000만 원을 보태 총 3000만 원으로 예산을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부산 동구 역시 올해 ‘부산차이나타운 문화축제’를 개최하면서 예산 4000만 원을 늘렸다.

각 지자체 축제 예산 증액은 행사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 증가 때문이다. 자재 가격 상승으로 축제 무대나 행사장 마련에 들어가는 비용이 들었고, 행사 요원 확보 비용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영도 반딧불이 축제의 경우 무대 설치나 장비 대여, 소모품 비용 등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딧불이 축제의 경우 방문객이 점점 늘어나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고물가로 예산이 부족해져서 올해는 축제 콘텐츠까지 줄였다는 게 영도구청 관계자 설명이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체험 행사, 문화 공연 등 모두 3개 콘텐츠가 줄었다.

영도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지난해와 동일한 금액으로 인쇄소에 안내 책자를 의뢰하니까 ‘도저히 힘들다’는 답변이 왔다”며 “아이들이 이용하는 체험 놀이터 같은 프로그램도 강사 수당이나 재료비가 오른 탓에 정상적 개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통상 기초 지자체들이 주관하는 소규모 행사 대다수가 수의계약 형태로 축제를 맡기는 경우가 많아 예산 규모가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행사 대행업계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온다. 행사 대행업체들은 주 고객인 지자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행사를 맡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에서 다수 행사를 대행한 A업체 관계자는 “기초 지자체 행사는 수의 계약으로 예산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축제 내용은 점점 확대하고 싶어해 서로 곤란한 상황이 빈번하다. 실적을 계속 쌓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행사를 맡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며 “무대 설치부터 철거, 음향 장비 등 모든 비용이 2년 전과 비교해 30~40% 상승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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