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급물살에 부산·경남 통합 쓸려가 버릴라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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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중재 TK 공동 합의문 발표

속도전 양상 되어 버린 통합 논의
정부 지원·특례 몰릴 가능성 커져
PK 위기 의식 고취 여부가 변수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행정통합과 물 문제 등 부산 경남 지역 공동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박형준 부산시장(오른쪽)과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6월 17일 부산시청에서 만나 행정통합과 물 문제 등 부산 경남 지역 공동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무산 위기에 빠졌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정부 중재로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부산·경남을 비롯해 그동안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했던 광역지자체 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이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을 갖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 시기를 2026년 7월로 못 박은 만큼, 통합을 추진 중인 부산·경남으로서는 시도민 여론만큼이나 통합 속도도 주요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500만 인구에 대한민국 최대 면적을 갖춘 ‘1호 통합자치단체’를 출범시켜 서울에 이은 제2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인데, 정부의 지원과 특례가 대구·경북으로 몰릴 경우 부산·울산·경남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시대위원회는 21일 대구시·경북도와 체결한 공동합의문에 2026년 7월 출범을 목표로 하는 대구경북특별시에 수도인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고 명시했다. 또 부시장과 소방본부장 직급과 정수도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에 부합하도록 설정했다. 통합의 실질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특별법을 통해 대구경북특별시에 경제·산업 육성, 균형발전, 광역 행정 등에 관한 종합계획 수립 및 총괄·조정·집행 기능을 부여하고, 국가 사무와 재정을 적극적으로 이양하기로 했다.

이번 행정통합은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지원 지시에 따라 추진되는 만큼, 특별법 입법 과정에서 세금 감면과 규제 특례 같은 TK(대구·경북)에 대한 각종 지원책도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6일 대구무역회관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계기관 간담회가 열리기에 앞서 각 기관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대통령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공동으로 개최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6일 대구무역회관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관계기관 간담회가 열리기에 앞서 각 기관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대통령 지방시대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공동으로 개최했다. 연합뉴스

TK가 행정통합 논의를 선점하면서 선제적으로 통합 깃발을 들었던 부울경이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과 호남권(광주·전남·전북)도 통합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져 부산·경남으로서는 한층 통합 속도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울산이 통합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점도 통합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

부산시는 “경남도와의 합의안대로 시도민 여론을 최우선에 두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며 여전히 신중론을 펴고 있다. 밀어붙이기 식 통합보다는 정밀한 통합 모델을 토대로 시도민 공론화를 통해 ‘견고하고 완성도 높은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와 경남도는 다음 달 중 경남도청에서 행정통합 기본 구상안을 공개하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두 지자체는 이달 초 공론화위를 발족시키고 본격적으로 시도민 공론화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경남도가 전국체육대회와 장애인체육대회를 치르면서 일정이 연기됐다.

두 시도는 민간 주도의 공론화를 통해 행정통합 모델과 통합에 따른 기대 효과 등을 충분히 설명한 뒤 여론조사를 통해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구·경북이 통합에 합의했지만 이는 단체장 간 합의일 뿐 통합에 따른 지역별 유불리에 따라 다양한 시도민 이견과 갈등이 분출될 수 있다”며 “결국 통합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시도민 여론”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통해 수도권에 비견되는 남부권 거점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연방제 주에 준하는 실질적인 권한과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경남이 합치면 650만 명 인구에 지역 내 총생산이 200조에 달하고, 가덕신공항과 부산항 신항 등 산업·물류 인프라와 지정학적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대구·경북보다 더 큰 통합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TK발 행정통합이 부울경에 위기 의식을 자극하면서, 통합에 대한 지역 여론을 고취시키는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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