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전 기회 못 살리고 국민 실망만 더 키운 '빈손 회동'
윤 대통령-한 대표 만남 불구 합의 실패
서로 의견 팽팽했던 듯, 국정 격랑 예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83일 만에 만났지만 아무런 의미 있는 합의 사항도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조차 공개되지 않아 국민들의 궁금증만 더 증폭시켰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이날 오후 5시부터 81분간 진행한 면담의 결과는 당초 한 대표가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막판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바뀌면서 양자 사이에 오간 대화조차도 확인할 수 없는 ‘깜깜이 면담’이 되고 말았다. 이럴 거면 무엇 때문에 면담을 했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국민들의 실망은 매우 크다.
면담 결과를 브리핑한 박 비서실장의 발표를 보면 이날 면담은 어떠한 결과물의 도출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과 당대표의 입장조차도 국민들이 확인할 수가 없다. 박 실장은 한 대표가 정리한 내용만 발표했는데,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에 따라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 김건희 여사 의혹 해소를 비롯한 3대 요구 사항, 특별감찰관 임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모두 면담 이전부터 이미 예상했던 한 대표의 요구를 대통령에게 거의 빠짐없이 전달했다는 것이다. 한 대표로선 할 말은 거의 한 셈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엔 답답함이 전혀 풀리지 않는다.
브리핑에 따르면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은 확인할 수가 없다.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말할 위치에 있지않다며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간의 사정을 미뤄보건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즉각적인 확답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냥 한 대표의 요구를 듣고만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한 대표가 직접 면담 결과를 밝히지 않은 점은 너무 아쉽다. 한 대표가 직접 면담 과정을 밝히고 대통령의 반응도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대표의 회피하는 듯한 모습도 국민들에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끝났지만 국민적 의혹은 전혀 가시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 궁금증만 더하게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정국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격랑에 더 휩싸일 수밖에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도 자기만의 길을 고집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줬고, 한 대표는 역시 최소한의 요구 사항 관철에 실패하면서 대표로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겼다. 여권 내 권력 투쟁도 더 격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걱정은 국정 파행이다. 대통령-야당에 이어 대통령-여당까지 갈가리 갈라져 이전투구하는 양상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정말 대통령과 여당은 모두 국가와 국민에게 죄인이 되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