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불가능하게” 이스라엘, 헤즈볼라 돈줄까지 씨말린다
군 시설·수뇌부 타격도 모자라
자금 대는 은행 지점까지 폭격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기반을 완전히 궤멸시키기 위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레바논 전역의 군사 시설과 조직 수뇌부에 치명타를 준 데 이어 최근에는 자금줄 차단에 나섰다.
AP 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21일(현지시간) 오후 브리핑에서 레바논 소액대출 은행 ‘알카르드 알하산’을 겨냥한 추가 공습이 계획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 레바논 전역에 흩어져 있는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 20여 곳을 폭격했는데, 앞으로도 이 은행을 겨냥한 공격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 아비차이 아드라이는 폭격을 받은 알카르드 알하산 지점들에는 수천만 달러의 현금이 보관돼 있었다면서 이 돈이 헤즈볼라의 재무장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공습을 감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80년대에 설립된 알카르드 알하산은 레바논 현지 시아파 주민들에게 무이자 대출과 현금자동입출금(ATM)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비정부 기구로, 헤즈볼라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징해왔다.
미국은 사실상 헤즈볼라의 하부조직이라는 이유로 2016년부터 알카르드 알하산을 제재해 왔으나 이 은행은 2019년 레바논 금융위기로 대다수 은행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고객들의 예금을 보호해주면서 오히려 세력을 확장했다.
이스라엘은 알카르드 알하산이 이란으로부터 받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헤즈볼라의 레바논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뒷받침해 왔다고 보고 있다.
하가리 소장은 베이루트에 있는 주레바논 이란 대사관을 헤즈볼라에 현금과 금괴가 전달되는 통로로 지목하면서, 이날 시리아에서 이러한 자금전달에 관여한 인물들을 제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알카르드 알하산 측은 전국 30여개 지점에서 보관 중이던 금괴와 예금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면서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알카르드 알하산에 대한 공격이 전쟁 이후를 내다본 큰 그림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2006년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인 뒤 폐허가 된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과 레바논 남부 일대를 재건하면서 이 지역들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는데, 이번에는 그럴 돈이 없는 상황으로 헤즈볼라를 몰아넣으려 한다는 이야기다.
레바논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단 아지는 “이건 쐐기를 박는 것이다. 그들(헤즈볼라)의 자금조달을 방해하는 것을 넘어 지지기반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스라엘 정부는 알카르드 알하산을 테러조직으로 공식 지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