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격화하는 윤·한 갈등…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건가
당 대표 ‘정면 돌파’, 대통령 ‘마이웨이’
국정 수렁… 국민들 인내심 한계상황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양상이다. 21일 회동이 결실 없이 끝난 뒤 한 대표는 23일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 요구를 11월 15일 전에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 즈음을 김 여사 관련 조치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엊그제 회동에서 김 여사 관련 3개 요구안을 사실상 거부한 데 이어 여당 대표의 발언에 귀를 닫고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당정 갈등이 풀리기는커녕 갈수록 격화하는 집권 세력의 내홍은 ‘점입가경’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다.
어렵사리 만난 두 사람의 지난 회동이 당초 기대와 달리 서로의 간극만 확인한 채 무위로 끝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특히 윤 대통령이 김 여사 관련 요구안을 거부한 것은 아무런 위기의식도 해결 의지도 없음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게다가 두 사람 대화의 내용을 떠나서 한 대표는 여러 정황상 거의 수모에 가까운 대접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윤 대통령이 작정하고 그런 자리를 만든 것이라면 실로 유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이튿날 부산에서는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국정 책임자 발언으로는 차마 믿기지 않는 말까지 했다. 커지는 국민적 공분에도 아랑곳없이 독불장군식 고집을 풀 생각이 없는 듯하다.
한 대표가 김 여사 관련 조치의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대통령 압박에 나선 것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그러니까 정면 돌파의 길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확대당직자 회의에서 “이 대표의 재판 결과들이 11월 15일부터 나온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겠냐”고 했다. 김 여사 관련 요구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국민 대부분이 지지하는 부분인 게 사실이다. 대통령 가족 등의 비위 행위를 감찰하기 위한 특별감찰관의 추천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의 의사에 반하는 일이라 여권 내부에서 전면전이 불가피하다.
향후 당정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답답한 심사는 이루 다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실 인식의 틀을 전혀 바꾸지 않는 대통령의 오기가 답답함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 2년 동안의 국정 실패를 자인하고 여야는 물론 민심의 여론을 청취하는 데서부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삼는 게 순리다. 한 대표 역시 언론 플레이 같은 압박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소극적 소통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응이겠으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향은 아니다. 국정은 갈수록 표류하고 국민은 더 큰 해악에 직면해 있다. 민심의 인내가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음을 대통령도 집권여당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