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지금이 특별감찰관 놓고 윤·한 갈등 키울 때인가
경제·안보 위기에 '보수 분열'까지 초래
국정 파행 감수하고 '나만 옳다' 할 건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 후폭풍이 국정을 혼돈에 빠뜨렸다.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거취를 둘러싸고 윤·한 갈등이 일촉즉발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 대표가 강행 의지를 밝힌 대통령실 특별감찰관(특감) 추천 건을 의원 총회에 부칠 경우 갈등은 내전 수준으로 격화될 수도 있다. ‘심리적 분당설’까지 횡행한다. 국민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 지금 시국에 여권 내부에서 쌈박질이라니, 대체 가당하기나 한가.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한국은행 전망치(0.5%)에서 크게 못 미친 0.1%로 추락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임박한 미 대선 등 경제·안보 위기에 대비하고 있기는 한가. 국정이 그리 만만해 보이나.
윤·한 갈등의 촉매가 되고 있는 특별감찰관만 해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고, 법적 근거가 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조건부로 야권을 압박하긴 했지만, 이와 별개로 공약대로 혹은 법에 따라 임명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까지 여권 내부를 만신창이로 만들면서 싸워야 할 일인가. 더구나 더불어민주당은 특감을 ‘시간 끌기 술수’로 규정하면서 세 번째 발의된 ‘김 여사 특검법’ 본회의 표결을 예고하고 있다. 대체 여권은 왜 특감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잘못된 만남’으로 초래된 파행이다. 이러고도 국정에 무한 책임진다고 국민 앞에 말할 수 있나.
민심은 차갑게 돌아섰다. 한국갤럽의 10월 4주 차 대통령 지지율은 20%로 취임 후 최저치다. 부정 평가 원인으로 경제·민생·물가(12%)를 제치고 김 여사 문제(15%)가 1위로 꼽혔다. 먹고사는 문제보다 영부인의 언행이 국민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점, 여권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이제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분석은 의미를 상실했다. 국민 모두가 이유를 알고 있는데, 유독 대통령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찍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논의가 시작될 때의 25% 전후보다 낮아졌다. “업보로 생각하고, 돌 던져도 맞고 간다”는 대통령의 인식에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는 검사 출신 정치 신인이다. 작금의 갈등을 톺아보면 ‘양보와 타협’이라는 정치 문법의 실종이 도드라진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상대에 양보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정치다. 국정을 마비시킨 채 ‘나만 옳다’는 독선으로 낭비할 시간을 주권자가 허용한 적이 없다. 국정의 공동 책임자가 아닌가. 나라 안팎에서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당장 갈등 국면을 해소하고, 국정 정상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김 여사 해법도 국민이 납득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생과 개혁도 민심의 지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국정이 마비된다. 민심을 엄중히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