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보급창 불, 미군 요청에 합동 감식 결과 비공개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발생 19시간 만에 진화…인명피해 없어
화재 원인 비공개 땐 주민 반발 커질 듯

지난 25일 부산 동구 55보급창 미군 창고에서 소방당국이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25일 부산 동구 55보급창 미군 창고에서 소방당국이 잔불 정리 작업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 주한미군 부대 55보급창에서 시작된 불이 약 19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화재 원인은 미군과 소방당국의 합동 조사로 밝힐 예정이지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협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27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시 34분 부산 동구 범일동 주한미군 55보급창 불이 완전히 진화됐다. 24일 오후 6시 31분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약 19시간 만이다.

소방 당국은 지난 24일 오후 6시 5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오후 7시 55분 대응 2단계로 격상해 진화에 나섰다. 불길이 잡히기 시작하면서 지난 25일 오전 1시 3분 다시 대응 1단계 상태가 됐고, 이날 오전 7시 22분 초진 단계에 접어들었다.

진화 작업은 소방 당국이 미군 부대 소방 인력과 공조해 진행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서 펌프·물탱크 등 장비 51대와 163명, 미군 부대에선 소방차 3대와 11명을 투입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잔불 정리 작업을 모두 마친 뒤 미군에게 현장을 인계하고 철수했다.

이번 화재는 배관 공사 중인 냉동창고 건물에서 시작됐다. 해당 건물에는 우레탄과 고무 등 가연성 물질이 많아 불길이 더욱 커진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육군 대구기지사령부 측은 “불이 난 창고는 리모델링 공사를 하던 곳으로 당시 안이 비어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인부들은 이미 퇴근한 상태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인한 민간 피해는 없으며, 주민 대상 피해 보상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

화재 원인은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미군이 합동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다만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협정)에 따라 감식 결과는 공개되지 않는다. 55보급창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에 근거한 군사보안 시설로, 이번 화재의 경우 미군이 수사 관할권을 갖는다. 조사는 부산소방재난본부와 대구기지사령부 소방대 부대가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조사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미군 측 요청으로 합동 감식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결과는 공개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경찰은 합동 감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화재 원인 조사 결과가 비공개되면 주민 반발도 예상된다. 화재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김 모(33) 씨는 “화재 당시 팡팡 터지는 소리가 나고 얼굴에 열기가 느껴질 만큼 불길이 컸다”며 “소파협정으로 화재 관련한 정보가 전혀 공개되고 있지 않은데 내부 안전수칙 위반이나 관리부주의로 확인될 시 이대로 방치하면 더 큰 화재가 또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 불안한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