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투성이 50년 뉴타운, 주민·사업자·공무원 머리 맞댄다 [부산 '빈집 SOS']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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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사이 사이코 프로젝트 통해
청년·육아 세대 유입 대책 나서

일본 교토시 라쿠사이 뉴타운 시영주택. 5층 짜리 시영주택의 4~5층 대부분이 빈집이다. 일본 교토시 라쿠사이 뉴타운 시영주택. 5층 짜리 시영주택의 4~5층 대부분이 빈집이다.

일본 교토시 최초의 뉴타운인 ‘라쿠사이 뉴타운’(이하 뉴타운)도 빈집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그동안 교토시의 빈집은 동쪽 지역인 히가시야마의 전통 가옥 ‘교마치야’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계획 신도시도 빈집 문제가 심각해졌다.

교토시는 뉴타운의 침체를 막기 위해 2023년부터 ‘라쿠사이 사이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주민과 외부인의 열린 참여를 통해 건축 규제, 교통 수단, 공원 활용 방안 등 도시 전반을 재검토한다. 주민-사업자-공무원으로 구성된 ‘펍 랩’이 구체적인 뉴타운의 비전을 고민하는 한편, 민간과 연계한 빈집 활용 사업 등 실험을 지속한다.

뉴타운은 49년 전 주택공급이 부족하던 당시 난개발을 막고 녹지가 어우러진 질서 정연한 주택가를 만들자는 목표로 조성됐다. 뉴타운 중심엔 극장, 백화점, 카페 등이 위치한 타운 센터와 임대주택 단지가 있고, 외곽으로 향할수록 테라스하우스와 단독주택 단지가 펼쳐진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뉴타운의 고령 인구와 빈집은 급격히 늘었다. 교토시에 따르면 뉴타운 내 시영주택의 빈집율이 22.6%에 달한다. 뉴타운 외곽 지역 단독주택가의 빈집율은 5% 수준인데, 이곳 역시 고령화가 심각해 주민들이 사망하고 나면 빈집이 한꺼번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43%로, 교토시 전체 28.2%에 비해 월등히 높다.

2023년부터 추진된 라쿠사이 사이코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살기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 청년층과 육아 세대를 유입시키는 것이다. 올 9월부터는 교토시청 소속 젊은 공무원 11명과 시민, 사업자 등 26명이 참가하는 ‘라쿠사이 펍 랩’이 열려 다함께 뉴타운의 재정비 방향성을 토론했다.

내달 4일엔 펍 랩의 결과물로 뉴타운의 이상적인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공원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민간 부동산 사업자와 연계한 시영주택 빈집 활용 사업은 벌써 효과를 보이고 있다. 민간 부동산 사업자와 계약해 빈집이 된 시영주택의 임대 권한을 넘기고, 사업자가 직접 개조해 임대하게끔 하는 사업이다. 지난 1년간 지역 건설사에 90호를 빌려줬고, 그 중 88호가 개조를 거쳐 임대된 상태다.

교토시 시마자와 타카히로 뉴타운기획조정계장은 “뉴타운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변하면 자연스럽게 빈집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영주택 개조·임대에 민간을 적극 활용한 것처럼 새로운 시도들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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