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으로부터 교사를 구하려면 [현장 톡톡]
박은지 부산교사노조 정책1실장
악성민원과 교권침해로 더 이상 교사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 같은 생각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꺼내준 건 교장·교감 선생님의 전폭적 지원이었다. 잊었던 그때 기억을 떠올리게 한 것은 최근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여한 부산교육청의 ‘교육공동체 회복 대토론회’였다.
한 학부모가 패널로 나온 A 교사에게 질문했다. “교권침해가 생겼을 때 선생님들께서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그래도 회복하셔야 다시 교육 현장에 설 수 있으실 텐데요. 그 상처나 스트레스를 어떻게 회복하시는지 개인적인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많은 선생님들께 공유가 되면 좋겠습니다.”
질문을 받은 A 교사는 “개인적으로 학교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굉장히 크지만,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 여전히 마음이 힘들다”고 답했다. A 교사는 “교권보호위원회는 행정적인 절차일 뿐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상처나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것은 오로지 저 혼자만의 몫이었다”며 “그래서 ‘이렇게 교권침해를 당한 교원에게 교육 주체들은 어떻게 대응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피해교원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라고 오히려 되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권침해는 교사들에게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처럼 나타난다. 사고는 누구든 언제나 겪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그 사고가 너무 많아 횡단보도 건너기를 주저하는 교사들이 많다.
사고를 인지하고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지원해 주었던 교장, 교감 선생님의 역할은 내가 교사로 다시 일어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당시 교장은 “선생님, 병 조퇴 쓰고 병원 진료 받고 당분간 학부모 전화는 받지 말라”며 “교감 선생님과 제가 대응하겠다”고 힘을 줬다. 이런 대응은 요즘 시대의 학교 관리자에게 꼭 필요한 역할임이 너무나 자명하다.
사실 교권침해와 교사의 이야기에 한정했지만, 민원응대 업무가 있는 직장이라면 모두 해당된다. 악성민원 같은 예기치 못한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사고가 났을 때 필요한 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않아 구하지 못한 직원은 되돌아오지 못한다. 그 자리를 누군가 대신하더라도 반복될 것이다. 악성민원에서 사람을 구하는 것은 조직의 발빠른 대처를 통한 담당 직원 보호가 먼저임을 명심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