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출범 ‘금융 허브’ 도약 이끈다
세계 블록체인 산업 이끌 계기 마련돼
규제완화와 지원 등 정부 뒷받침 절실
28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출범은 부산이 바야흐로 ‘글로벌 금융 허브’로의 대장정에 공식적으로 나섰음을 알리는 고고성(呱呱聲)이라고 할 수 있다. 브랜드명 ‘비단’(Busan Digital Asset Nexus)이 상징하는 바도 예사롭지 않다. 먼 옛날 세계의 재화와 문화가 비단길을 통해 넘나든 것처럼,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단순한 디지털 자산 플랫폼을 넘어 일상의 소통과 교감을 위한 수단이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가 ‘4세대 블록체인 거래소’ 추진 방안을 발표한 지 13개월, 부산BDX컨소시엄과 운영 업무협약을 맺은 지 8개월 만에 출범식을 치렀으니 비교적 순탄한 과정을 밟아온 셈이다.
조만간 거래소 개장까지 완료할 예정인 비단은 그동안 관련 인프라 구축에서도 상당한 진척을 이루었다. 기본 전략은 금이나 미술품 등 실물연계자산부터 시작해 향후 일반 가상자산 거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비단은 이를 위해 국내 최대 귀금속 거래 전문 플랫폼인 센골드와 플랫폼 인수 및 상품 거래에 관한 양해각서를 최근 체결했고, 싱가포르의 ADDX 등 아시아권을 대표하는 주요 거래소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거기다 투명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평가·시장감시·예탁결제 기능을 분리해 서로 견제토록 했다.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이런 시스템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비단의 출범으로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자산거래소를 갖게 됐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 STO(토큰증권) 거래소로 성장할 잠재력도 점쳐진다. 민간이 운영하지만 공공 기관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최초의 거래소이기도 하다. 그 출발지가 부산이라는 점이 사뭇 의미심장하다. 역대로 우리나라 수출의 전진기지였던 부산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의 성공 여부를 예견할 수 있는 시험대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면 조선이나 반도체를 잇는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여겨지는 블록체인 산업 역시 조기에 고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야기다.
부산은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주요 금융기관이 있는 곳이고 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인 데다 금융기회발전특구이기도 하다. 금융 허브를 지향함에 있어 기본 조건은 갖춘 셈이다. 거기다 이번에 디지털자산거래소까지 출범했으니, 도약하는 말에 날개를 달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냉철히 따져 보면 아직 제도적 기반이 완비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겨우 금융 허브를 위한 노정에 한두 걸음 더 전진했을 뿐이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인데, 파격적인 규제완화와 지원이 지속적으로 모색돼야 할 것이다.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이 세계 블록체인 산업의 선두로 나서려면 마땅히 그리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