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억 전세사기 피해 고통 막심” … 검찰, 주범에 최고형 15년 구형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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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금정구 소재 오피스텔
3채 68세대 전세보증금 편취
28일 결심공판 검찰 엄벌 요구
“반성 않고 죄질 매우 불량해”
30대 공범 2명엔 12년씩 구형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해 12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 일당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해 12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앞에서 전세사기 일당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무자본 갭투자’로 전세 보증금 약 85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된 30대 주범에 대해 검찰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는 대법원 양형 기준상 일반 사기죄에 내릴 수 있는 최고 형량이다. 검찰은 법원 방청석에 꽉 찬 전세 피해자들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의 고통이 막심하다”며 재판부에 엄벌을 요구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 이창민 판사는 지난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주범 30대 남성 A 씨와 공범 30대 B 씨, C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5년과 추징금 84억 7500만 원, B 씨와 C 씨에게는 각각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은 징역 10년인데 2건 이상의 사기를 저지른 피고인의 경우 ‘경합법 가중’ 규정에 따라 법정 최고형에서 최대 2분의 1까지 형을 더할 수 있다. 검찰은 이번에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을 법원에 요청했다. 최대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는 1인당 피해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에 적용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1인당 피해액은 1억~1억 6000만 원 정도라 해당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A 씨 등 3명은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부산 수영구와 금정구에서 자기 자본 없이 대출금과 임차인의 전세보증금만으로 소위 ‘깡통 주택’으로 불리는 오피스텔 건물 3채를 매입했다. 이들은 해당 오피스텔에서 전세를 받으면서 임차인 68세대로부터 보증금 84억 745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행은 경제력이 부족한 임차인들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임대차 보증금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해 금액만 85억 원 상당에 이르는 등 현재까지 피해 대부분이 회복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재산상 손해 외에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자기 자본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을 지속적으로 안심시키면서 범행을 계속했다”며 “특히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고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 방청석에는 피해자 수십 명이 찾아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검찰은 이들을 거론하며 “지금 법정에는 바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많은 피해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이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들의 고통과 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막심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구형에 앞서 피해자 5명이 순서대로 증인 신문을 위해 법정에 섰다. 한 남성 피해자는 “보증금은 6년 동안 직장생활로 모은 돈과 부모님이 지원한 돈”이라며 “내년 초에 결혼이 예정돼 있는데 이런 사실 때문에 신부 측에도 미안한 상황이고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또 다른 한 피해자는 “이 사건은 단순한 사기 사건이 아니라 해당 피해 금액은 사회 초년생에게는 수십 년간의 여파가 있다”며 “저희에게는 단순히 1억 원 정도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돈이다.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A 씨 측은 혐의를 부인했고 나머지 공범들은 혐의를 인정했다. B 씨는 “믿고 계약한 세입자분들에게 직접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었다”며 “여러분들은 잘못 안 했고 저한테 주어진 벌을 다 받은 뒤에도 변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들에 대한 선고 기일을 12월 16일로 지정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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