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고용 놓고 노동계 "정년 65세" 재계 "자율권" 팽팽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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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계속고용' 논의 앞장
노동계 "연금 감안 정년 늘리되
임금은 사업장 노사 합의로 조정"
재계 "사회적 비용 기업에 부담
임금 조정 전제 퇴직 후 재고용"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회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4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회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정년연장과 퇴직자 재고용을 포괄한 ‘계속고용’ 논의에 앞장서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내년 1분기 합의를 목표로 토론회 등에 의욕적으로 나서지만, 노사 대립이 치열하면서 사회적 대타협의 길은 요원한 실정이다.

■노동계 “법정 정년 연장을”

31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이달 공익위원 발제와 토론 이후 12월 12일 공개 토론회를 열고 노사정과 공익위원 각각의 의견을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내년 6월까지인 위원회 임기 내에 계속고용에 관한 결론을 내리겠다는 구상이다.

경사노위는 앞서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8번에 걸친 전체회의를 열고 논의를 이어왔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공익위원 등 위원 12명은 전문가 발제 등을 통해 관련 쟁점과 해외 사례 등을 공유한 데 이어 정년 연장과 임금 체계 개편 방안에 대한 노사 각각의 입장을 확인한 바 있다. 초고령사회를 맞아 숙련 노동자 확보와 소득 공백 해소 등을 위해 고령자의 고용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동의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세부 논의에선 이견이 크다. 우선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65세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령연금 수급개시 연령과 정년 시기가 일치하지 않아 소득 크레바스(공백)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 인해 갈수록 심각해지는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정 정년을 늘리되 임금 조정의 경우 개별 사업장 사정에 따라 노사 합의를 통해 정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노동계 대표로 경사노위에 참여 중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맞춰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상향할 것을 주장한다.

한국노총은 최근 경사노위와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 9월 경사노위에 공문을 보내고 정부·재계의 주장을 위주로 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한 것. 경사노위 참여 주체인 한국노총이 배제된 채 간담회가 열린 것도 모자라 정부·재계가 주장하는 임금체계 개편과 재고용 등의 주장이 일방적으로 확산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경사노위는 일방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재계 “계속고용 자율권을”

기업인들은 정년 연장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계속고용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금 조정을 전제로 한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통해 정년 연장에 앞서 제도적 정비와 지원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에 사회적 비용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년 연장은 노사 자율 영역으로 남겨 두되 재고용 관련 근로계약 체결을 명확히 한 ‘60세 이후 고령자 재고용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국내 노인 빈곤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까지 점차 올라가고, 청년 비정규직 비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청년 일자리의 질이 떨어지는 점도 계속 고용 도입에 있어 크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일각에선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이 20%도 안 되는 게 현실인 만큼 세대 갈등을 부추기기보다는 세대별 고용 대책을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신라대 초의수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역의 경우 청년 인력의 심각한 부족으로 고령 인력을 적극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책 조정 과정을 세밀화해 양 세대가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과, 폐지, 퇴직 후 재고용을 놓고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노사정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법정 정년(60세)을 유지하면서도 정년 연장 및 폐지, 재고용 등을 놓고 기업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본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호 고용안정망연구센터 소장은 최근 부산 수영구 호메르스 호텔에서 열린 ‘2024 지역고용 활성화 심포지엄’에서 “정년을 맞은 노동자 중 재고용을 희망하는 노동자를 특정 기간동안 기업이 의무적으로 재고용하는 의무 재고용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기업 규모별·업종별 임금체계 세부 개편, 의무 재고용을 위한 기업 보조금 지급, 정년 후 근로조건 최저기준을 보장하는 처우개선조성금 마련 등 고령 인력 활용을 위한 노사정 정책이 보다 세부적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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