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굿둑 인근 불법 어업 기승
멸종위기 실뱀장어 어획 횡행
수문 붙어 조업하다 어선 충돌
단속선 피해 도주하다 사고도
어업 금지 등 근본 대책 시급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지점인 낙동강 하굿둑 주변에 바다와 강을 오가는 숭어, 실뱀장어 등을 노린 무분별한 조업이 횡행하고 있다. 이들 어선들은 수문에 워낙 바짝 붙어 조업하는 탓에 수문과 충돌하기도 하고, 행정당국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업지도선을 만나도 도주하는 등 위험천만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지사(이하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낙동강하굿둑에 어선 한 척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칫 충격으로 배가 뒤집히기라도 했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어민들이 위태로운 조업을 강행하는 것은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숭어 등 특정 어종 포획이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닷물과 강물이 통하면서 유속이 빨라지는 탓에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문제다.
불법 어업 행위도 심각하다. 이곳에서 실뱀장어를 포획하는 어선이 여러 차례 출현했는데, 실뱀장어는 국제 멸종위기종으로 허가를 받은 구역에서만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일대 어업 허가를 담당하는 강서구청, 사하구청 측은 실뱀장어 관련으로 어업 허가가 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선박명이 불분명한 미등록 어선이 야간에 하굿둑에 접근해 실뱀장어를 잡는 사례가 여러 차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단속하려는 지자체 선박과 어선이 위험한 해상 술래잡기를 반복하는데, 실제 충돌까지 이어진 적도 있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사하구 어업지도선이 낙동강하굿둑에서 조업하는 어선과 충돌한 적이 있다.
사하구청 관계자는 “봄철 실뱀장어 시기가 되면 야간에 단속을 나간다”며 “적발되는 어선이 매번 전속력으로 도주하는데, 안전 문제로 야간에 추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부산해양경찰서와 업무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하굿둑 시설물에 위험 표지판이나 조명등 시설을 설치하고 접근하는 선박에는 경고 방송을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인근 어촌계에 협조를 하굿둑 주위 어업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대부분 어민이 협조하지만, 몇몇 어민들이 계속 어업에 종사하는 실정”이라며 “하굿둑 주위 어업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본적 대책으로 하굿둑 일원을 어업 금지 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어업 금지 지역 지정 권한은 관할 기초지자체가 갖고 있는데, 낙동강하굿둑 수문 좌측은 강서구청, 우측은 사하구청이 담당한다. 다만, 이들 지자체도 어촌계 반발을 의식해 어업 금지 지역 지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서구청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현재 어업 금지 지역 지정을 검토하는 바는 없다”며 “어민들에게 사고를 조심하라고 주의시키는 정도”라고 전했다.
낙동강하굿둑은 바닷물 역류를 막아 부산과 울산, 경남에 생활·공업 용수를 제공하기 위해 1987년에 조성됐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