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시신유기' 장교, 피해자 목소리까지 흉내…범행 은폐 노렸나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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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사진은 A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사진은 A씨가 호송차에서 내려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6일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A(38)씨에 대한 현장 검증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가 범행을 숨기며 이른바 '완전범죄'를 꾀하기 위해 경찰과 통화하면서 피해자 목소리까지 흉내 낸 정황이 드러났다.


8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된 육군 장교 A(38) 씨는 범행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피해자 B(33) 씨에 대한 가족의 '미귀가 신고'를 취소하려고 자신이 B 씨인 것처럼 가장해 경찰과 소통했다. 그는 이날 앞서 B 씨 휴대전화로 B 씨 어머니에게 '당분간 집에 못 간다'는 문자를 보냈고, B 씨 어머니는 112에 딸의 미귀가 신고를 한 상태였다. 신고를 접수한 관악구의 한 파출소는 B 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와 보이스톡을 보냈다. 그러자 A 씨는 B 씨 휴대전화로 파출소 직원에게 보이스톡을 걸어 "미귀가 신고를 취소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B 씨의 목소리를 모방하며 인적 사항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 씨 어머니에게 "B 씨와 연락됐지만 대면해서 확인해야 하니 직장에 공문을 보내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하겠다"고 안내했지만, B 씨 어머니는 직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신고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지난 2일 B 씨의 시신이 발견될 때까지 재신고는 없었다. A 씨는 B 씨의 시신을 유기한 뒤인 27일께 B 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대 측에 남은 근무 일수에 대해 "휴가 처리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낸 사실도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 10월 말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B 씨에게는 사나흘 가량 근무 일수가 남아 있었는데, 무단결근 시 범행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한 A 씨가 B 씨 행세를 하며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또 A 씨는 B 씨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면서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A 씨의 이 같은 지능적인 행동에 B 씨 가족도 범죄 피해 사실을 짐작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A 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께 부대 주차장 내 자기 차량에서 B씨와 말다툼하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이튿날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지난 5일 구속됐다. 조사 결과 A 씨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국군사이버작전사령부 소속 중령(진)으로 10월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았으며, B 씨는 같은 부대에 근무했던 임기제 군무원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의 범행 동기를 객관적으로 밝히기 위해 조사에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를 참여시켜 범죄 행동을 분석하고 있으며, A 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도 암호를 해제해 분석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달 6일에는 A 씨를 데리고 시신 유기 장소인 화천군 북한강 하류 부근과 살해 범행이 이뤄진 부대 내 주차장과 시신 훼손 장소였던 부대 인근 건물에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검거하면서 일원역 인근 배수로에 A 씨가 버린 B 씨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다만 휴대전화가 심하게 부서져 있어 디지털포렌식을 통한 복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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