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지금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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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iM증권 하단지점 과장

‘퍼펙트 데이즈’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와 더불어 올해 가장 많은 관객이 관람한 해외 독립·예술영화다. 작품의 출발은 ‘도쿄 토일렛 프로젝트’로 올림픽을 앞두고 안도 다다오 등 일본 유명 건축가들이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했고, 이를 소재로 빔 벤더스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새벽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자판기에서 캔 커피 하나를 뽑은 후 올드팝 카세트를 들으며 출근한다. 맡고 있는 공중화장실을 차례로 정성껏 청소한 후에는 한적한 신사의 벤치에 앉아 나무를 보며 샌드위치를 먹는다.그리곤 작은 다다미방 안 스탠드 아래에서 윌리엄 포크너의 문고본을 읽다 잠든다. 그는 지금 자신이 ‘충분히’ 가졌다는 사실을 안다.

투자에서 어려운 것은 ‘멈출 수 있는 골대’를 세우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출신의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스스로를 멈추는 골대, 즉 목표를 세우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결과와 함께 기대치가 상승한다면 아무 논리도 없이 더 많은 것을 얻으려 분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지금 충분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삶도 투자도 아무 재미가 없다.

모건 하우절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경계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와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금융 신호를 읽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자기와 다른 게임을 하는 누군가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휘말려 현실을 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본인이 지금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덧붙인다.

‘퍼펙트 데이즈’ 속 히라야마는 젊은 여성이 갑작스레 다가올 때도, 돈을 빌려 간 동료가 아무 말 없이 일을 그만뒀을 때도 자기 루틴을 지킨다. 바다를 보러 가자는 조카의 요청에도 ‘다음’을 얘기할 정도로 충동적인 선택을 자제하며 지금의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산다.

“엄마 말이 삼촌은 우리랑 다른 세상에 산대”라는 조카의 말에 히라야마는 “이 세상은 수많은 세상으로 이뤄져 있어. 연결된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은 세상도 있지. 내가 사는 세상과 니코 엄마가 사는 세상은 달라”라고 답한다. 그리곤 ‘다음은 다음, 지금은 지금’이란 말로 지금 자신에게 충실하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만의 목표를 세운 후 남과 비교하지 않는 건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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