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 삼면이 열린 나라로 인식 전환을” [바다 인(人)스타]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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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길성 고려대 명예교수

부일 해양CEO아카데미 6강
위축·방어적으로 해양 바라봐
개방·도전적 사고로 접근해야
“국가 정체성을 바다 중심으로”

고려대 박길성 명예교수. 고려대 박길성 명예교수.

“우리는 대한민국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표현 자체가 우리의 방어적인 시각을 드러낸다고 봅니다. 삼면이 바다로 열려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나라라고 봐야 합니다. 언어는 사고를 형성합니다. 우리가 바다를 보는 시각부터 바꿔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해양CEO아카데미에서 고려대 박길성 명예교수는 한국인의 바다 정서를 ‘위축과 방어’로 규정하며, 이를 ‘개방과 도전’의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시각이 바뀌지 않으면 바다를 자원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계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바다를 육지의 연장선으로 보던 기존 관점을 탈피해야만 우리 사회가 진정한 해양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전국 각지를 표현할 때 ‘진진포포’라는 표현을 씁니다. 전국의 모든 항구와 해안이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바다를 국가의 정체성과 성장의 핵심으로 여깁니다. 반면, 우리는 ‘방방곡곡’이라고 말합니다. 온 마을 구석구석이라는 뜻이죠. 여전히 땅 중심의 사고에 갇혀 있는 겁니다. 이는 일본과 한국이 자국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이어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4대 강국 사이에 있는 한국은 이 지리적 조건을 약점이 아닌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 전략을 잘 사용한다면 동북아시아를 넘어 태평양을 연결하는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한 달간 해군 훈련함 한산도함에 탑승해 태평양을 항해했던 경험도 공유했다. 박 교수는 적도를 통과하며 마주한 잔잔한 바다, 즉 ‘무풍지대’를 대한민국의 정치·사회적 상황과 비유했다. 그는 바람 없는 바다가 멈춰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 역시 발전의 동력을 잃고 정체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적도를 지나며 바람 한 점 없는 잔잔한 ‘비단 바다’를 보았습니다. 바람 없는 바다는 발전도 변화도 없이 정체된 상태를 의미하죠. 현재 대한민국도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로 멈춰선 상황입니다. 이를 벗어나려면 국민적 합의와 실행력 있는 리더십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필요합니다.”

박 교수는 바다에서의 경험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를 강조하며, 방향과 중심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배의 키는 방향을, 닻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듯, 조직과 사회가 안정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태평양 항해 중 적도를 넘으며 시차 변경으로 같은 날짜를 두 번 맞이한 경험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바다를 국가 정체성과 미래 전략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하며 참가자들에게 더 큰 비전과 도전 정신을 요구했다.

“우리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출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도전과 비전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바다와 배가 우리 사회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상징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상징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 이 언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바다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항로를 개척할 때입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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